[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7)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반즈는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면서 시즌 6승째를 챙겼다. 지난달 2일 개막전 포함 한화전까지 시즌 9경기 57⅓이닝에서 6승 무패, 평균자책점 1.26이다. 9경기 중 6경기가 퀄리티스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고, 이 중 5경기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8이닝 이상 투구도 두 번이나 기록하는 등 올 시즌 초반 KBO리그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외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전 승리로 반즈는 팀 동료 박세웅과 김광현(SSG 랜더스·이상 5승)을 밀어내고 KBO리그 다승 단독 선두가 됐다. 개막 후 한 달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가운데 6승을 챙기면서 '전반기 10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롯데에서 전반기 10승 투수가 나온 것은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2005년 롯데 마운드의 중심이었던 손민한(NC 다이노스)은 전반기에만 14승을 수확했다. 후반기 4승을 추가하는데 그쳤으나, 그해 다승(18승) 및 평균자책점(1.26)에서 각각 1위를 기록하며 4년 연속 꼴찌였던 롯데의 반등을 이끈 바 있다.
이후 롯데에서 전반기 10승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거인군단의 에이스로 불렸던 수많은 투수들이 10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이 대표적이다. 장원준은 2008~2010년 3시즌 연속 전반기 9승을 기록했으나, 두 자릿수 승수는 만들지 못했다. 2009년엔 장원준을 비롯해 조정훈, 송승준까지 3명의 9승 투수가 나왔지만, 1승이 모자랐다. 장원준은 2011년에도 전반기 8승을 거뒀으나, 끝내 롯데에서 전반기 10승 달성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롯데 외국인 투수들도 10승엔 닿지 못했다. 2013년엔 쉐인 유먼이 KBO리그 전반기 다승 1위였지만, 9승에 머물렀다. 2014년 유먼, 2015년 조쉬 린드블럼이 각각 9승을 달성했으나, 두 자릿수 승수 한 걸음을 채우지 못했다.
2017년 '안경에이스' 박세웅의 전반기 9승 이후, 롯데 선반진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17년 프로에 데뷔, 지난해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빅리그를 경험한 반즈는 다른 외인 투수에 비해 적은 경험 등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올 시즌 반즈는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개막 한 달여 만에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거인군단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한 그는 묵묵히 의미 있는 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