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묘한 데자뷰 같은 선후배다.
통산 129승에 빛나는 현역 레전드 장원준과 한솥밥을 먹는 까마득한 후배투수. '제2의 장원준'이 떴다.
열여섯 어린 후배, 최승용(21)이다.
1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히어로즈와의 시즌 5차전.
스물한번째 생일날 맞은 시즌 세번째 선발 등판에서 인상적 피칭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기록하며 선배가 지켜보는 가운데 후계자 인증을 했다. 데뷔 후 자신의 최다이닝인 6이닝 4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 호투로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고 구속은 145㎞에 그쳤지만 슬라이더와 포크볼 커브를 구석구석에 공격적으로 찔러넣으며 키움 타선의 정타를 피했다. 젊은 투수 답지 않은 허허실실 맞혀 잡는 피칭이 돋보였던 경기. 단 88구 만에 데뷔 후 최다인 6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 마치 오랜 선발 경험을 한 선수처럼 마운드 위에서 여유가 있었다. 선발로 롱런을 예감케 하는 인상적인 피칭이었다.
정작 본인은 "실제 긴장하는데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패기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위기에서도 떨리고 그런 건 마찬가지인데 최대한 타자에게 집중해 '무조건 잡는다,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마운드에서 "내가 최고다"라고 중얼거리며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잠실 LG전에서 구원승으로 데뷔 첫승을 장식했던 최승용은 부상으로 이탈한 에이스 미란다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불과 3경기 선발로 나섰을 뿐인데 매 경기 폭풍 성장하는 모습이 도드라진다.
중3 때 뒤늦게 시작한 야구. 소래고 졸업 후 2021년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기대주는 일찌감치 캠프에서 '전설' 선동열 전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이상 해줄 말이 없다"는 극찬.
선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다. 유연한 투구폼으로 '제2의 장원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대형 투수 감. "저에게 과분한데 좋습니다"라며 웃는 기대주. 자신의 생일날 거둔 데뷔 첫 선발승은 지난 1999년 4월19일 LG 김상태 이후 두번째 기록이다. 영원히 기억될 잊을 수 없는 봄날의 하루. 이제는 "2주 전 밥 사주기로 약속한 곽 빈 선배"에게 고기를 얻어 먹을 차례다.
101승 좌완 유희관을 아쉽게 떠나보낸 두산이 좌완 선발 계보를 이을 보석 같은 투수를 발굴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