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작년부터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이어졌다.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진 흐름이라고 판단했다. 이유는 선수단과 코치진의 '기강 해이'가 아닐까."
이진만 NC 다이노스 사장이 직접 밝힌 이동욱 전 감독의 해임 사유다. 차기 사령탑에 대한 힌트가 될까.
NC 구단은 11일 "성적 부진과 반복된 선수단 일탈 행위가 만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날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5차전 경기를 앞두고 이진만 사장과 임선남 단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전 감독의 경질은 이동일이 아닌 시리즈 중간에 내려졌다. 정규시즌 33경기라는 시점도 다소 이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구단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절대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이 아니"라며 수뇌부 뿐만 아니라 구단 이사회, 모기업과도 많은 논의를 거친 결과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시점에 대해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미 33경기를 치렀다. 정규시즌(144경기)의 23%다. 샘플이 적지 않다. 반대로 4분의 3이상의 시즌이 남아있다고 보면, 포기는 이르다.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더 늦어지면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충분한 소통을 거쳐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 부산은 창원과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수뇌부가)이동하기 용이하다. 주말 시리즈까지 가면 장소가 인천이 된다"면서 "어제 승리하고 연패를 끊었더라도 결과가 바뀌진 않는다. 이미 결정된 이상 이동일을 기다리기보다는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낫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은 이진만 사장이 꼽은 이 전 감독의 경질 사유 중 '기강 해이'가 있다는 점이다. 차기 사령탑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이진만 사장은 "스포츠는 정신력, 사기, 집중력, 투지 같은 멘털의 영향이 무척 크다. 분위기가 개선되기보다 한 두명의 잘못이 팀 전체로 전염되면서 더 저하되고, 선수들이 가진 잠재력보다 더 낮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결국 멘털과 피지컬 외의 변화, 즉 팀 전체적인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임선남 단장도 "성적이 이유중 하나일 수 있다. 기대치에 비해 아쉬웠다. 충격요법이 필요했다"고 거들었다.
이동욱 감독은 창단 멤버들과의 끈끈한 케미를 바탕으로 팀의 정통성을 지키는 한편, 박석민 양의지 등 고액 FA들에게도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건네곤 했다. 선수들의 자율성을 믿고 맡기는 신뢰와 소통, 뚝심의 소유자였다. 반면 NC 우승의 토대를 닦은 초대 감독은 김경문 전 감독이다. 그는 코치진과 선수단을 아울러 휘어잡는 카리스마형 사령탑이었다.
지난해의 '술자리 4인' 파동, 그리고 올해 또한번의 '코치진 술자리 폭행' 사건을 같은 맥락으로 본다면, 선수단 단속 및 관리 전반에 빈틈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진만 사장은 "작년 사건 이후 구단은 대표이사부터 본부장, 단장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변화를 준 반면, 현장에서는 큰 변화나 징계가 없었다. 리더십 측면에서의 인적 쇄신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선수단 운영에 대해 일단은 강인권 감독 대행에게 맡겨두겠다는 입장. "강인권 감독대행은 조금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수석코치를 바로 정식 감독으로 임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좋은 분을 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흔들리는 NC의 방향을 잡을 키잡이는 누가 될까. 물론 강 감독대행도 차기 감독군에 포함된다. 임선남 단장은 "감독 대행을 하는 모습을 통해 함께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