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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반등 최우선+책임 전가 아냐" 눈녹듯 사라진 창단 첫 우승의 감격. 구단 수뇌부가 직접 밝힌 감독 해임 배경 [부산현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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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김택진 NC구단주가 공개한 '집행검' 트로피, 이를 하늘높이 들어올리던 양의지의 미소. 아낌없는 FA 투자와 데이터야구, 자율야구로 일궈낸 창단 첫 우승의 감동은 채 2년을 버티지 못했다.

NC 다이노스는 11일 "성적 부진과 반복된 선수단 일탈 행위가 만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이동욱 감독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020년 '고척돔 우승'의 아쉬움을 창원에서 풀리라 다짐했던 감독과 단장, 대표가 2년도 안돼 모두 팀을 떠났다. 기막힌 현실이다.

이동욱 전 감독은 NC 창단부터 우승으로 이어진 영광, 그리고 지난해 술자리 파문과 올해 코치 폭행 사태에 이르는 얼룩진 역사를 함께 겪은 산 증인이었다.

2011년 창단과 함께 수비코치로 합류했고, 2018년 10월 김경문 감독의 뒤를 이어 제 2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취임 첫해인 2019년 리그 5위, 2020년에는 정규시즌 우승(83승6무55패)에 이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NC는 지난해 5월 이 감독과 오는 2024년까지 추가 연장계약을 한 바 있다.

우승 후유증일까. 2021년 추락이 시작됐다.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겼고, 올해도 리그 최하위까지 주저앉았다.

이 감독은 연신 허리 숙여 사죄해야했다. 지난해 7월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 팀 타선의 중추를 이루는 네 선수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외부인과 함께 '술판'을 벌였다. 올해는 40대 한규식-용덕한 코치간의 음주 폭행 사건까지 터졌다.

프로야구판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 구단으로 지목됐다. 앞서 술자리 파문 때 대표이사, 본부장, 단장이 모두 물러났고, 이 감독마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지 1년반만에, 잔여 계약 2년반을 남겨두고 팀을 떠나게 됐다.

이날 이진만 대표와 임선남 단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사람은 "갑작스런 결정이 절대 아니다. 여러가지 요소를 복합적, 종합적으로 긴 시간 두고본 끝에 내린 결정이며, (모기업과)최종적인 합의가 어제 내려졌을 뿐이다. 감독님께도 어제 사실 위주로 있는 그대로 전달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 이유 중 하나일 순 있다. 다만 성적 그 자체보다는 작년부터 일련의 패턴처럼 이어진 사건들의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중이다. 결과적으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기강 해이가 경기중에도 나타난다고 판단했고,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구단 수뇌부 뿐 아니라 이사회, 모기업에 걸친 폭넓은 논의의 결과임을 거듭 강조했다.

후임 사령탑에 대해서는 "강인권 감독대행 체제로 간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시즌 포기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아직 3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고, 더 늦어지면 안된다고 봤다. 팀의 반등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이동욱 감독과의 잔여 계약에 대해서는 "우승을 이끈 분에 대한 예우를 준비하고 있다. 급여도 계약대로 지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