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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 인정한 SK 전희철 감독, 매니저 개념의 새 리더십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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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역시 SK는…. 으악, 너희 뭐야!"

사령탑 데뷔 시즌 '통합우승'을 일군 전희철 서울 SK 감독(49)이 뜨거운 '샴페인 세례'를 받았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서울 SK는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SK는 창단 첫 '통합우승'의 꿈을 이뤘다. 전 감독은 2001~2002시즌 대구 오리온스 김 진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감독 데뷔 해 통합우승을 이룬 지도자가 됐다. 다만, 감독 대행 기간 없이 곧바로 통합우승을 이룬 것은 전 감독이 처음이다. 김 전 감독은 2000~2001시즌 감독 대행으로 팀을 지휘한 바 있다.

전 감독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났다. 여러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가 원래 눈물 많은 편이 아닌데 50대가 되면서 이상해졌다. 드라마 보면서도 운다. 마음이 많이 여려진 것 같다. 내가 눈물도 좀 보이고 약해져서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꽂히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농구에 꽂혀야 한다. 노력은 많이 했다. (가진) 능력을 떠나서 성격 자체가 노력 안하고 패하면 나에게 화를 낸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마무리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올 시즌 몇 점을 줄 수 있을진 모르겠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100% 할 수는 없으니 97~98까진 노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농구대잔치 시절 뛰어난 운동능력과 탁월한 기량으로 '에어본'이란 별칭을 얻은 슈퍼스타다. 은퇴 뒤엔 전력분석원, 운영팀장을 거쳐 2011년부터 10년간 SK의 코치로 활약했다.

그는 긴 시간 다양한 보직을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적장' 김승기 KGC 감독이 "코치 생활을 오래한 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흔들림 없이 했다. 기분이 나빠도, 어려운 상황이 와도 티 내지 않고 잘 참았다. 경험에서 나온 게 있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만들었다"고 박수를 보냈을 정도다.

한국 나이로 쉰에 접어들어 사령탑에 오른 전 감독은 선수들과의 '세대차이'를 인정하고 들어갔다. '신의 한 수'였다. 그는 김선형(34) 최준용(28) 자밀 워니(28) 등 개성 넘치는 선수들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줬다. 지도자를 넘어 매니저 개념으로 다가갔다.

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세대가 다르다. 그 세대와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도 (선수들이) 그만큼 잘 알아준다. 선을 잘 지켜줘서 밝은 분위기를 가지고 간 것 같다. SK의 전통을 만들고 싶다. 놀 땐 놀고, 운동할 땐 운동했다. 그 분위기를 잘 끌어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매니저가 되는 게 더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매니저가 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들을) 누르는 형태로는 데려갈 수 없다. '밀당'을 잘해야 하는 스타일의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SK의 밝은 분위기는 기자회견장에서도 알 수 있었다. 선수들은 전 감독의 기자회견장을 '급습'해 '샴페인 세례'를 펼쳤다. 전 감독은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이 아까운 술"이라며 샴페인을 마셔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세대차를 인정하고 매니저 개념의 새 리더십을 연 전 감독은 휴식 뒤 새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