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모든 것은 1년 전 여름 시작됐다.
2020~2021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우승한 맨시티는 새 시즌을 앞두고 최전방 공격수 영입을 시도했다.
'무톱 전술'로 잉글랜드를 제패할 수 있을지언정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트로피를 따내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제1 타깃은 '손흥민 동료' 해리 케인(토트넘)이었다.
현지매체는 맨시티가 1억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로 케인 영입을 시도하리라 전망했다.
케인 역시 '맨유 전설' 게리 네빌과 인터뷰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선수를 영입하길 원하는 팀이 있는데, 그 선수가 새로운 도전을 원했다. 또 그 팀은 우승의 갈증을 풀어주는 한편, 높은 연봉도 수용할 수 있는 자금력까지 갖췄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사가'로 보였지만,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다.
토트넘이 케인을 떠나보낼 마음이 단 1%도 없었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케인이 잔류를 천명한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협상의 문을 열길 바랐다. 그런데 '협상의 빅 마스터' 다니엘 레비가 대화조차 하길 원치 않았다. 그들은 2억파운드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린 그런 돈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영입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펩은 "아마 케인 우리 팀에 있었다면 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케인을 팔지 않길 바라는 토트넘측의 심경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흐름 속 케인은 토트넘에 남았고, 맨시티는 새로운 전방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고 시즌에 돌입했다.
시즌 중 현지에선 맨시티(혹은 다른 팀)가 이번여름에 다시 케인 영입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하지만 맨시티의 마음은 이미 돌아선 뒤였다. 맨시티는 2021~2022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특급 골잡이' 엘링 홀란드를 도르트문트로부터 영입했다.
케인보다 7살 어리고, 최근 폼은 더 좋다. 심지어 이적료도 더 저렴하다. 지난해 여름, '케인 사가' 때 거론된 추정 이적료는 1억파운드~1억5000만파운드였다. 이번에 맨시티가 홀란드 영입에 들인 이적료는 5100만파운드로 알려졌다. 로멜루 루카쿠(첼시), 제이든 산초(맨유), 니콜라 페페(아스널), 잭 그릴리시(맨시티) 등보다 싸다.
올시즌 기록을 비교하면, 홀란드는 올시즌 컵포함 29경기에 나서 28골 8도움을 기록했고, 같은기간 케인은 47경기에 나서 23골 9도움을 적립했다. 경기당 공격 포인트에서 홀란드가 1.24개로 케인(0.68개)에 크게 앞선다.
전 토트넘 골키퍼 에릭 토어스트베트는 '스카이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시즌 홀란드가 케인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골 기록 보유자인 앨런 시어러는 홀란드가 단일시즌 (컵포함)40골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11일 애스턴빌라전을 마치고 "(우리에겐)불행하게도 맨시티가 정말 좋은 선수를 영입했다"고 말했다.
토트넘 입장에선 '역대급 이적료'를 벌 기회를 사실상 날렸지만, 그렇다고 나쁠 건 없다. 맨시티가 홀란드를 영입하면서 구단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케인을 앞으로도 팀에 남겨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런던 지역지 '풋볼런던'에 따르면, 케인은 지난해 11월 부임한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 체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올여름 구단이 선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전제조건은 올시즌 4위권 내에 진입해 유럽챔피언스리그를 따내는 것이다. 케인과 손흥민 등 핵심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 축구를 원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에 따라 콘테 감독과 핵심 선수들의 거취 등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13일 아스널과의 북런던더비가 중요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