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NC(다이노스)는 꼭 잡고 싶다. NC 잡으려면 손아섭을 침묵시켜야한다."
'안경에이스' 박세웅(27)이 스스로의 다짐을 지켰다.
박세웅은 1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쾌투, 시즌 5승을 달성하며 팀의 4연패를 끊어냈다.
이날은 NC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손아섭과 부산 야구팬들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트레이드 아닌 FA 이적 선수라는 온도 차이는 있지만, 손아섭은 첫 타석에 앞서 헬멧을 벗고 3방향의 관중들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앞서 KBO리그 미디어데이 당시 롯데 대표로 참석한 박세웅은 '떠나간 선배' 손아섭을 꼭 잡겠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박세웅은 자신의 말을 완벽하게 지켰다. 손아섭은 1회와 3회, 6회 모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최고 151㎞의 직구에 커브 포크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존에 꽂아넣는 박세웅의 볼배합과 구위를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세웅은 손아섭 뿐만 아니라 NC 타선 전체를 8이닝 동안 4사구 없이 단 3안타로 꽁꽁 묶는 한편, 삼진 10개를 잡아내며 압도했다. 특히 5회에는 NC 이명기 노진혁 오영수에게 KBO 통산 8번째 최소 투구 3타자 연속 삼진(9구 3K)까지 잡아내는 자신감을 뽐냈다. 롯데 투수로는 40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올해 박세웅의 다음 목표는 태극마크와 가을야구였다. 하지만 올 9월로 예정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우선은 가을야구다. 이대호의 라스트댄스에 어우러질 때다. 이대호는 이날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박세웅의 승리를 지원했다. 1회와 4회, 그리고 7회까지. 타점을 올리고 공격 기회를 이어가며 생경한 3번 타자 역할도 잘해냈다.
박세웅의 커리어하이는 2017년이다. 당시 박세웅은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고,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출격했다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교체되고, 팀은 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이제 박세웅은 명실상부 리그 대표 토종 에이스다.
그리고 태극마크다. 내년에는 연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프리미어12까지 국제대회 3개가 한꺼번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
박세웅은 아시안게임의 연기에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대표팀을 향한 열정을 한층 더 거세게 불태웠다.
"(도쿄)올림픽 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앞으로 대표팀에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아시안게임은 가장 가까운 국제대회였을 뿐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갈 수 있는 대회는 모두 나가고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