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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장신 파이어볼러의 잃어버린 2년, '1m90 트리오' 폭풍성장의 밑거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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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동주가 중1 때 고3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아직도 어리게만 봤는데…"

10일 고척 키움전 선발 등판을 앞둔 이영하(25)에 대한 두산 김태형 감독의 언급.

이영하는 폭풍 성장 중인 두산 유망주 투수들의 멘토다.

묻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를 해준다. 나이 차가 엄청 많이 나는 선배가 아니라 후배들도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두산 마운드에는 장신 유망주 트리오가 있다.

우완 정철원(23·1m92) 좌완 최승용(21·1m90) 우완 김동주(20·1m90)다. 장신을 활용한 높은 타점의 파이어볼러. 두산 마운드를 이끌어갈 현재이자 미래다.

이영하는 두산의 원조 장신 파이어볼러다. 1m92의 큰 키에서 타점 높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포크볼 등 높이를 활용한 다양한 구종을 활용해 타자들을 제압한다.

일찌감치 승승장구 했던 그는 일찌감치 시행착오를 겪었다.

스물둘이었던 2019년, 17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그때 그 당시 무서울 게 없었다. 이대로 쭉 대한민국 최고 투수를 향한 비단길이 깔려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가장 높이 올랐을 때가 가장 추락하기 쉬운 때라는 평범한 삶의 이치를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듬해부터 들쑥날쑥 기복 속에 2년 연속 5승에 그쳤다. 고민이 커졌다.

"사실 17승 하고 그 다음부터는 뭔가 조금 더 제 생각이 좀 많이 강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서 '몸쪽이나 포크볼을 많이 던져야 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때는 제 귀가 닫혀 있었죠. 2년간 이렇게 좀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하나 찾다 보니 그런 말들이 다시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일찍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웃음). 지금은 좀 괜찮아진 것 같아요."

이날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이 언급했던 "많이 성숙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

'성숙해진' 이영하는 10일 키움전에서 변화무쌍한 피칭으로 연습을 달리며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7이닝 동안 102구를 던지며 3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9대0 대승을 이끌었다. 최고 150㎞의 강속구에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두루 섞은 다양성 넘치는, 예측하기 힘든 레퍼토리가 돋보였다. 초반에 포크볼로 키움 타자를 압도하더니 5회에는 커브, 6회에는 슬라이더를 위닝샷으로 삼았다. 7회 결정적인 순간에는 혼신을 다한 패스트볼 승부로 위기를 넘겼다.

올시즌 최다이닝 소화로 첫 퀄리티스타트+. 지난 2020년 5월 30일 잠실 롯데전 7이닝 3실점 이후 무려 710일, 79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 피칭이었다.

그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겪지 않고 지름길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기꺼이 수다쟁이가 된 이유다.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마운드에서의 마인드.

"멘탈이나 마운드에서 자세라든지 모습 그런 얘기를 하죠. 몇점을 주든 어떤 상황에서나 항상 자신 있게 싸워야 한다고 한다고 말해줘요. 마운드 위에서 전력으로 던져야 후회가 없을 거란 생각을 하니까요."

원조 장신 파이어볼러의 조언 속에 폭풍 성장 중인 1m90 트리오. 이제는 고갈된 줄 알았던 두산 특유의 화수분 야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간 멘토는 '2019 버전'으로 부활한 이영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