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 나이 20세. 2년차 신예 외야수의 저돌적인 질주가 삼성 라이온즈를 깨웠다.
김현준(20)은 지난 겨울 FA로 떠난 박해민(LG 트윈스)의 대체자로 주목받는 선수다. 개막 엔트리부터 이름을 올렸고, 4월말 다시 콜업됐다. 특히 간판스타 구자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외야 한자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2차 9라운드에 뽑힌 신인이다. 드래프트 전부터 주목받은 선수는 아니었지만, 허삼영 삼성 감독이 눈여겨보고 지명을 제의했다. 삼성 입단 후 박한이 2군 코치의 직접 조련을 받으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박승규 김성표 등 신예 외야수들간의 경쟁에 지지 않을 잠재력이 있는 선수로 꼽힌다. 특히 주력 타자가 아닌 현실에서, 번트를 대는 감각도 탁월하다는 평..
6일 롯데 자이언츠전은 김현준의 재능이 꽃피운 하루였다. 이날 삼성 공격은 '3타수 3안타'의 9번 김현준이 출루하고, 1번 김지찬이 해결하는 형태로 물꼬를 텄다.
2회초 삼성의 선취점은 김헌곤이 롯데 3루수 한동희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김현준이 롯데 선발 이인복의 초구를 공략한 깨끗한 안타로 흐름을 이어갔고, 김지찬의 적시타가 터졌다.
김현준의 진가를 보여준 순간은 5회였다. 좌익수 쪽 날카로운 안타성 타구. 롯데 좌익수 전준우는 순간 달려들까 물러날까를 두고 고민했고, 이는 1안타 1실책으로 김현준을 2루에 보내주는 결과가 됐다. 애매한 위치에서 바운드된 타구를 전준우가 옆으로 살짝 흘렸고, 김현준은 2루까지 내달렸다. 당황한 롯데 수비진이 중계 플레이를 이어갔지만, 김현준은 이미 2루에 도착한 뒤였다.
뒤이어 김지찬은 포수 앞에 떨궈놓는 기습번트 안타로 또한번 롯데 내야를 흔들었다. 이인복은 호세 피렐라와 오재일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4실점하고 말았다. 김현준은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3유간 안타를 때려내며 기어코 이인복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수비에서도 좋은 타구판단으로 낙구지점을 미리 포착해 깔끔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저돌적인 주루와 더불어 야무진 타격의 질이다. 박한이 코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답다. 프로 입문은 신인 2라운드 9차(전체 83번)이었지만, 그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허삼영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이재현 김현준 같은 어린 선수들은 성장하는 과정이다. 지금이 베스트가 아니고, 매일매일 적응하면서 새로운 모습이 또 나온다"라고 말했다. 마치 이날 김현준의 활약을 예견한 듯 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