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2)은 꿈을 현실로 만든 선수다.
대구 토박이인 원태인은 어린 시절부터 고향팀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선수다.
삼성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왕조 시절' 분위기를 재현했다. 바로 원태인이 '야구 신동'으로 방송에 출연했던 2005년 즈음 입었던 티셔츠 유니폼이다.
원태인은 경기 초반 잇따라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경기 전까지 원태인의 평균자책점은 3.52. 지난해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위기를 버텨낸 원태인은 5~8회 4이닝 연속 3자 범퇴로 롯데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다.
8이닝 무실점. 올시즌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이자 생애 2번째 도미넌트 스타트(DS·선발 8이닝 이상 1자책 이하)였다. 원태인의 도미넌트 스타트는 2020년 5월 27일 이후 709일만이다. 생애 첫 도미넌트 스타트 당시의 상대팀도 롯데였다.
이날 사직은 2019년 5월 25일 이후 1077일만의 만원 사례이기도 했다. 2만 3000 야구팬이 꽉꽉 들어찬 사직구장은 과거 '사직 노래방'으로 불렸던 전성기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아직 데뷔 이후 완투나 완봉은 없다. 8회까지 104구. 완봉 욕심을 낼 법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그런 욕심은 없었다. 1회부터 위기가 많아 힘을 많이 썼고, 깔끔하게 그만 던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종일관 자신의 구위를 믿고 과감하게 승부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삼진 욕심을 부리기보단 타자와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 지난 KIA 타이거즈전(4월 30일)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사직구장의 역대급 응원 체험에 대해서는 "몇만 관중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 선수로서 정말 큰 힘이 됐다. 선수는 큰 물에서 놀아야 성장할 수 있다. '판이 깔렸다'고나 할까"라며 "부산 원정인데도 우리 팬들이 많이 와주셨다. 덕분에 롯데 팬들 앞에서 주눅들지 않았다"며 남다른 팬사랑도 과시했다.
"매년 10승을 하는 투수로 기억되는게 목표다. 작년 전반기에 너무 잘해서 그렇게 해야 잘하는 느낌이 드는데…오늘 승리를 터닝포인트로 삼고자 한다."
원태인은 아시안게임 연기에 대해서는 "살짝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아시안게임이 아닌 삼성을 위해 야구하고 있다. 삼성 선발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이 있다. 몸관리 잘하겠다"고 거듭 근본 넘치는 자부심을 과시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