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강이슬(28·청주 KB스타즈)에 이어 이번엔 김단비(32·아산 우리은행)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에어컨 리그'가 무척이나 뜨겁다. 두 시즌 연속 '자유계약(FA) 최대어' 선수들이 새 둥지를 찾았다. 지난 시즌엔 부천 하나원큐의 에이스 강이슬이 KB스타즈로 이적했다. 올해는 인천 신한은행의 간판스타 김단비가 우리은행으로 깜짝 이동했다.
예년과 비교해 최근 두 시즌 FA 시장은 분명 달라졌다. 핵심은 '2차 FA' 선수다. 이들은 FA 선수 자격을 행사하고 계약이 만료돼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줄줄이 이적을 선언했다. 대부분 각 팀의 대표 선수다. 이들의 이적 소식이 팬들에게 매우 큰 놀라움을 안기는 이유다.
선수들이 새 도전에 나설 수 있던 배경엔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다. A관계자는 "2차 FA 선수들에 대한 원소속 구단 우선 협상이 폐지된 영향이 큰 것 같다. 폐지 첫 번째 시즌엔 박혜진(32·우리은행)이 잔류를 선언했지만, 그 뒤로는 선수들이 이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B관계자 역시 "2차 FA 규정이 바뀐 영향이 큰 것 같다. 이전에는 선수들이 현실적으로 FA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WKBL은 2020년부터 2차 FA 자격 선수들에 대해선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 협상을 폐지했다. 6개 구단과 동시 다발적 협상을 가능하게 했다. 이전엔 3억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권을 행사하는 원소속 구단의 제의를 선수가 뿌리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선수들의 행동반경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외국인 선수 제도 폐지도 FA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궜다는 평가다. WKBL은 2020~2021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앴다.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선수 수급 및 관리가 어려운 상황에서의 고육지책이었다.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를 치르는 만큼 '네임드' 선수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C관계자는 "외국인 선수가 없다. 수준급 선수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많은 값을 지불하고서라도 수준급 선수를 영입하고자 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우승을 향한 도전'이란 현실적 이유도 있어 보인다. D관계자는 "WKBL에는 샐러리캡이 있다. 각 팀이 제시하는 조건은 비슷하다. 다만, 비슷한 상황이라면 우승권 팀에 메리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강이슬은 하나원큐를 떠나 KB스타즈에서 우승했다. 김단비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김단비 역시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꼭 우승한다는 것보다 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잡고 싶었다. 올 시즌 우승한 KB스타즈가 강하지만 내가 우리은행에 가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KB스타즈의 강력함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