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부진한 타자들은 꼭 잘맞힌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빗맞힌 행운의 안타가 타격을 풀리게 해준다는 얘기도 있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에게 그 말이 진짜 맞았다. 행운의 안타가 하나 나오자 그 다음부터 잘맞힌 타구가 야수가 없는 곳에 떨어졌다.
박세혁은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첫 3안타 경기였다.
사실 2안타도 한번 뿐으로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박세혁이다. 전날까지 타율이 1할1푼8리(68타수 8안타)에 그쳤다. 안맞아도 너무 안맞았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타격감은 나쁘지 않다"라면서 "잘맞힌 것이 잡히는 게 많았다"라고 했다. 박세혁 본인도 "잘맞힌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고, 시프트에 걸렸다"라고 했다. 답답할 노릇이다.
"FA라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니 조급할 것이다"라고 한 김 감독은 그런 박세혁에게 "더 떨어질 데도 없다"며 오히려 편하게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해줬다.
전날엔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희생 플라이 2개로 승리를 할 수 있는 타점을 뽑았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됐다는 안도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랐다.ㅣ
5일 상대 투수는 LG의 에이스 켈리였다. 그런데 사실 박세혁은 켈리에 강했다. 지난해까지 켈리를 상대로 18타수 7안타, 타율 3할8푼9리의 좋은 타격을 했었다. 그러나 박세혁은 그런 켈리가 나오는데도 기쁘지 않았다. 박세혁은 "지난 번 상대할 때 내가 너무 안좋은 상황이어서 대처하기가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4월 22일 경기서 박세혁은 켈리에게 두번 모두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맞이한 켈리와의 첫 타석.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왔다. 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친 타구가 좌측으로 날아갔다. 빗맞았지만 시프트로 인해 좌익수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행운의 안타가 됐다. 그 안타가 박세혁의 기분을 밝게 했다. 박세혁은 "주위에서도 빗맞힌 안타가 나오면 풀릴거라고 얘기를 많이 해줬는데 내가 빗맞힌 타구가 잘 나오지 않았다"면서 "행운의 안타가 나오니 보통 때 안타와는 기분이 다르더라. 다음부터 기분 좋은 상태에서 타석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두번째 안타가 팀을 확실하게 승리로 이끌었다. 3-2로 쫓긴 4회초 무사 만루서 깔금한 중전안타로 2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5회초 2사 2루서 켈리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쳐 또 타점을 챙겼다. 박세혁은 "만루에서는 켈리가 승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5회에도 변화구 승부를 예상했었다. 생각한대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시즌 첫 3안타로 박세혁의 타율은 1할1푼8리에서 1할5푼5리로 크게 올랐다.
올시즌 끝나면 FA가 되기에 성적에 대한 부담을 어쩔 수 없었다. 준비를 했지만 부진했고, 그것이 조급함으로 이어졌다. 박세혁은 "FA가 성적이 따라와야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성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 한달 지났다. 아직 450타석 더 들어간다. 팀원들이 도와주고 있다. 나 또한 많이 노력하고 있다.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온다는 말을 믿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보통 때 안타때와는 기분이 다르더라 빗맞은 안타가 거의 없었다
풀릴거다 풀릴거다 해줬는데 기분 좋은 상태에서 타석에 임하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