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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기 대역에서 진짜 프로선수가 돼 때려낸 안타, 감동의 드라마 [SC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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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대역에서 진짜 프로선수가 돼 안타를 친 인생 역전 드라마.

스포츠가 감동적인 건, 울림이 있는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야구선수 대역을 하던 젊은이가, 프로 유니폼을 입고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서 안타를 때려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김동진이다.

김동진에게 2022년 5월4일은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7회초 대수비로 처음 1군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데뷔 타석에서 상대 투수 하준영을 상대로 행운의 2루타를 때려냈다. 화끈한 신고식이었다.

김동진은 스토리가 있는 선수다. 고교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대학에 진학했고, 야수로서는 드물게 '토미존 서저리'를 받기도 했다. 이후 어렵사리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그럼에도 야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독립야구단인 파주 챌린저스에서 프로행 꿈을 꿨다.

김동진은 지난해 2차 5라운드에서 삼성의 지명을 받아 프로 선수가 되는 꿈을 이뤘다. 야구를 소재로 한 인기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강두기 배역의 대역으로 출연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식선수 신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자 천금의 기회가 찾아왔다. 5월1일부터 육성선수의 정식선수 신분 전환이 가능했고, 김동진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동진은 1군 데뷔전을 돌이키며 "짧지만 정말 길게 느껴진 경기였다. 잊지 못할 하루였다. 처음 수비를 하러 2루에 나갔을 때 너무 좋았다. 한편으로 긴장도 많이 했다. 첫 타구를 처리하고, 내가 1군 경기에 뛰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동진은 데뷔 첫 타석, 첫 안타에 대해 "잘 치든, 못 치든 자신있게 돌리고 나오자 생각했다. 땅볼이 나와 처음엔 파울인줄 알았다. 그런데 타구가 베이스를 맞고 1루수 키를 넘어가더라. 행운이 따랐다. 2루까지 뛰면서 '오늘 되는 날인가' 생각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동진은 4일 1군에 콜업되기 전 창원에서 열린 오전 11시 퓨처스 게임을 모두 소화했다. 김동진은 "경기를 마치고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는구나' 했는데 갑자기 1군에 올라가라는 얘끼를 들었다. 마산에서 경산을 거쳐, 대구에 도착했는데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너무 기뻤다. 가장 먼저 부모님께 연락드렸다"고 설명했다.

김동진은 고교 졸업 후 어려웠던 시간에 대해 "어렸을 때 체격이 왜소했다. 고교 졸업 후 야구를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대학에서 2년만 더 해보자고 했는데, 팔꿈치 수술을 했다. 이 때 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생각했다. 수술 후 쉬면서 체격도 좋아졌다"고 말하며 "부모님 생각만 했다. 프로 유니폼 한 번 못 입고 야구를 그만두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 끝까지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동진은 '스토브리그' 드라마 강두기의 대역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강두기 역을 맡았던 배우 하도권은 김동진이 프로 지명을 받았을 때 뿐 아니라 첫 안타를 치자 SNS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김동진은 "댓그을 달아주셔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김동진은 "올해 목표가 등번호를 바꾸자, 1군 첫 안타를 치자였는데 한 번에 그 꿈을 다 이뤘다"고 했다. 육성선수는 세자릿수 등번호를 착용하지만, 정식선수가 되면 두자릿수의 폼나는 번호가 달린 유니폼을 입는다. 김동진은 24번을 배정받았다. 그는 "이제 1군에 계속 있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할 것 같다. 팬들도 많고, 야구를 하면서 '이게 야구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