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리그는 번트를 많이 대던데…타자와는 무조건 정면승부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글렌 스파크맨이 밝힌 포부다.
당시 스파크맨은 자신감이 넘쳤다. '직구-슬라이더 2피치' 투수라는 평가에 대해 "2년간 가다듬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보여주겠다"며 어깨를 으쓱하는가 하면, 이름에서 딴 '불꽃남자' 별명에 대해 "내 강한 직구와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며 웃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한달여가 지난 지금, 스파크맨의 현실은 밝아보이지 않는다.
시즌초 롯데는 '선발야구'를 펼치고 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선발투수를 가능한 길게 끌고 가는 편이다. 6이닝 혹은 100구 정도는 버텨주길 요구한다. 리키 마인홀드 투수총괄을 통해 비시즌에도 세밀한 트레이닝 방침을 전달했고, 이를 통해 스프링캠프 첫날부터 불펜 피칭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즌초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원투펀치' 반즈와 박세웅은 각각 7경기 44⅔이닝 평균자책점 1.42, 6경기 36⅔이닝 1.74를 기록중이다. 각각 절반이 넘는 4경기씩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인복과 김진욱 역시 시즌초 혼란을 딛고 안정감을 되찾았다.
하지만 스파크맨은 좀처럼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개막 전부터 부상을 당해 불안감을 줬다. 지난해 일본에서 부상으로 완전히 한 시즌을 날렸기 때문이다.
개막 2번째 로테이션에 그라운드로 돌아왔지만, 올시즌 5번의 등판에서 한번도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호투와 난조를 반복하는데다, 기복의 정도가 너무 크다.
복귀전이었던 4월 10일 두산 베어스전은 4이닝 무실점으로 좋았다. 하지만 이후 KT 위즈전에서 4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다시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5이닝 2실점(1자책) 호투하는가 싶더니, 29일 LG 트윈스에게 3⅔이닝 3실점으로 무너졌다.
급기야 5일 KT전에선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2루타, 번트 안타, 볼넷, 만루홈런, 2루타, 안타, 볼넷, 몸에맞는볼(밀어내기)을 기록한 뒤 교체됐다. 다음 투수로 나선 롱맨 겸 대체선발인 서준원은 무려 5이닝을 떠맡아야했다.
야구계가 지적하는 스파크맨의 단점은 역시 단조로운 구질이다. 직구의 위력만큼은 '찐'이다. 매경기 시속 150㎞를 넘나든다. 하지만 이를 받쳐줄만한 변화구가 마땅치 않다.
직구 못지않게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가졌지만,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직구와의 구속 차이가 작아 직구를 기다리다가도 대처할 수 있다. 호언장담했던 체인지업과 커브는 매경기 몇개 던지지 않을 뿐더러, 효율적인 옵션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 5월로 접어들었다. LG는 지난 1일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를 1군에서 말소한 바 있다. 스파크맨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이겨내고 부활할 수 있을까.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