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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 특별기고]미래의 소중한 팬,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야구장 문을 활짝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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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하고, 40번째 '어린이날'을 맞았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거나 전해들었을 것이다. 출범 당시 캐치프레이즈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다. 한국 프로야구는 초창기부터 어린이 팬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구단 '어린이회원'에 가입해 팬이 되어 응원했다. 자랑스럽게 OB 베어스, MBC 청룡,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해태 타이거즈, 삼미 슈퍼스타즈 구단 로고가 찍힌 점퍼를 입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필통을 챙겨 등교했다.

학교 운동장은 야구 세상이었다. 동네 골목, 빈터에서 아이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때 꼬마들이 50대 안팎 나이가 되어 지금 프로야구의 주축 팬이 됐다.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시대가 변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야구가 아니더라도 모바일 게임 등 어린이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마음을 가져가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프로야구가 경쟁해야할 콘텐츠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2000년대 중후반 이후, 한동안 프로야구는 최고 인기를 누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덕분이다. 이승엽같은 슈퍼스타가 야구를 국민 스포츠로 선도했다.

최근 몇 년 간 이런 열기가 많이 빠졌다.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승엽같은 대형 스타가 안 나오고,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음 파리올림픽에선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빠져있다.

800만 관중을 넘어 1000만명을 이야기할 때부터, 프로야구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요즘 주변 상황을 살펴보면, 정말 위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야구인과 구단 모두 '소명의식'을 갖고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 정말 진지하게 말이다.

이승엽같은 스타 선수가 갑자기 뚝딱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를 확 바꿔놓을 묘수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당장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 처럼 KBO리그가 중년 남성이 주 고객인 스포츠로 간다는 걱정이 크다. 특정 연령대가 주로 찾는 종목으로 굳어진다면, 프로야구의 미래는 암담하다고 봐야 한다.

다소 식상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20~30대 젊은 세대와 여성, 어린이 팬을 잡아야 한다.

특히 미래 고객인 어린이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오는 게 중요하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일정한 회비를 낸 어린이 회원에 한해 외야석 무료 입장, 내야석 할인 등 여러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구단마다 회비가 다른데, 대략 6만~8만원 정도다. 예전에 비해 모집 인원이 크게 줄었다. 혜택도 축소됐다. 구단이 어린이 팬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여유가 없어 보인다. 몇몇 구단에 문의해보니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전체 관중에서 어린이(초등학생)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안 됐다. 프로야구 미래를 생각하면 결코 바람직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특정 좌석을 무료로 모든 어린이에게 개방하면 어떨까. 당장 입장수입이 다소 줄어들 수도 있겠으나, 얻을 수 있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어린이가 프로야구 관람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들의 가족까지 야구장으로 유입할 수 있다.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도 그렇다.

프로야구 출범 40주년인 2022년, '어린이날'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이날' 하루가 아니라, 매일 야구장에게 어린이 팬들이 가족과 함께 입장해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하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순철 해설위원·전 LG 트윈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