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어린이가 없는 '프리'한 청춘이 틀림없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저녁,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은 11,234명의 팬들이 모든 에너지를 불살랐다.
6연패에 빠져 팀 순위가 8위까지 하락한 KIA 타이거즈, 시범경기 때의 장밋빛 희망이 실망으로 바뀌진 않았을까.
그런데, KIA를 구해내기 위해 전장을 찾은 응원군의 열기가 대단했다. 2만 500석 관중석의 절반을 넘긴 11,234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3루 쪽 응원석이 빈자리 없이 꽉 찬 가운데 팬들은 9회말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3일 경기에 5,277명이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것에 비해, 이날 관중은 2배 넘게 증가했다. 휴일 전날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타 구장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더군다나 KIA는 전날 경기에서 키움에 1대7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6연패의 늪에 빠졌다.
주중 저녁 시간, 예상치 못한 뜨거운 응원 열기 속에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2회말 김도영의 1타점 2루타로 KIA가 선취점을 뽑았지만, 3회초 키움이 박찬혁의 투런포로 단숨에 역전시켰다.
6회말 2사 1, 2루 소크라테스의 2타점 3루타로 KIA가 3-2로 다시 앞서나갔다. 하지만 키움은 7회초 이지영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온 류지혁이 풀카운트까지 갔다. 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노란색 응원봉을 일사불란하게 흔들어댔다.
키움 김준형의 커브가 몸쪽으로 향하자 류지혁이 움찔했다. 그런데, 팬들의 열광적인 에너지가 류지혁의 생존 본능을 잠시 마비시킨 듯했다. 몸쪽 커브가 그대로 류지혁의 다리에 맞았다. 밀어내기 사구로 KIA가 승리했다.
모든 선수가 연패를 끊기 위해 노력했다. 부진했던 소크라테스도 3안타의 활약을 펼쳤고, 선발투수 임기영은 6이닝 3실점으로 선발투수진의 10연속 퀄리티 스타트 대기록을 이어갔다. 연패 기간 중 무너졌던 필승조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찾은 팬들의 응원이 컸다. 어려울 때 찾아주는 게 진정한 친구이듯이, KIA 팬들도 진짜 팬덤의 모습을 보여줬다. 실망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는 응원 덕분에 선수들은 끝내기 승리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었다.
이날 직관한 KIA 팬들은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라며 쓰린 속을 달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