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스토브리그. 삼성은 팬들의 오해를 받았다.
FA 강민호 계약이 세부 조건을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상황. 깜짝 트레이드가 발표됐다. NC에 불펜 필승조 심창민과 포수 김응민을 내주고 김태군을 받는 2대1 교환이 단행됐다.
'강민호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며 친정 롯데 행을 점치는 시선도 있었다. 여기에 LG로 이적한 FA 박해민 보상선수로 1차지명 포수 김재성을 픽 하면서 '강민호 포기설'은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홍준학 단장은 단호했다. "강민호 선수는 잔류한다는 전제 하에 협상 중"이라며 "이견을 있을 수 있지만 좁혀지고 있다"며 계약을 낙관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강민호는 결국 4년 최대 36억원에 삼성에 잔류했다.
김태군은 수비적인 측면에서 강민호를 보완하는 백업 역할을 해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리그 최고 포수'는 당연지사. '타자' 김태군까지 재조명 되고 있다.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보면 양의지 부럽지 않은 리그 최고 타자다.
20경기 48타수 21안타(0.438), 9타점에 OPS가 무려 1.035에 달한다.
타석에 서면 뭔가 한방 칠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찬스에도 강하다. 득점권 타율이 0.375. 득점권 6안타 중 절반인 3개가 2루타다.
하지만 풀타임 출전은 불가능하다. 리그 최고 포수인 터줏대감 강민호가 버티고 있는 팀 상황 때문이다. 포수 능력을 떠나 타격만 놓고 볼 때 너무나 아까운 카드. 급기야 대타 카드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럴 만도 했다.
4일 대구 NC전. 2-5로 패색이 짙었던 삼성은 8회 김헌곤과 강한울의 적시타로 1점 차로 추격했다. 1사 1,3루. 벤치가 김태군 대타카드를 꺼내 들었다. 판단은 적중했다.
김태군은 초구 슬라이더를 벼락 같이 당겨 좌익선상에 떨어뜨렸다. 동점 적시 2루타. 찬스는 1사 2,3루로 이어졌고, 불 붙은 삼성 타선은 6득점을 더해 단숨에 승부를 갈랐다. 극적인 8회 역전승. 그 중심에 김태군이 있었다. 잘한 트레이드의 가치가 빛났던 순간이었다.
삼성 이적 후 강타자로 변모한 김태군. 그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선수는 그런 게 있는 거 같습니다. 언제 빠질지 몰라서 받는 압박감보다 무조건 다음 기회가 있다는 (김종훈) 코치님의 무언의 메시지가 큰 힘이 됩니다. 그런 말씀 한마디가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알짜 포수가 유독 많았던 지난 겨울 FA 시장.
김태군은 어지간한 수십억 짜리 FA 포수 못지 않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야말로 '갓성비' 짱이다.
삼성은 FA 포수 두명을 영입한 셈. 시즌이 거듭될 수록 두명의 정상급 포수를 확보한 삼성의 보유가치가 높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
'삼성 맨' 김태군은 그야말로 굴러온 복덩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