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세 주장이 역전 만루홈런을 치고 들어오자, 더그아웃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이 몰려와 얼싸안았다. 보통 홈런을 치고 들어왔을 때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떠들썩한 축하 대신 왠지 숙연한 듯 했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듯 했다.
만루홈런의 여운은 계속됐다. 경기가 끝난 뒤 방송사 인터뷰에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생방송중에 말이다. 씩씩한 사나이의 눈물에 팬들도 울컥했을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캡틴' 하주석이 주인공이다.
4일 인천 SSG 랜더스전 9회초, 하주석은 4-5로 뒤진 1사 만루에서 홈런을 때렸다. 시즌 첫 홈이 28경기, 112타석 만에 나왔는데, 역전 만루홈런이다. 이만하면 극적인 드라마의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 그는 "주장이 야구를 잘 해야하는 데 그렇지 못해 미안했다. 좋은 코치님과 선후배들이 믿어줘서 감사하다"며 꾹 참고있던 눈물을 흘렸다. 팀 리더인 주장으로서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자신도 부진했고, 팀도 하위권이다.
시즌 초 3번 마이크 터크먼-4번 노시환에 이어 5번 타자로 출전하던 하주석은 최근 6번으로 타순이 내려갔다. 주축타자로서 제 역할을 못했다. 4일 SSG전에 6번-유격수로 선발출전해 앞선 4타석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4일까지 28경기에서 103타수 22안타, 타율 2할1푼4리-1홈런-13타점-10득점. 득점권 타율이 2할2푼2리에 불과하고, 장타율 2할6푼2리-출루율 2할2푼8리다. 2020~2021년 2년간 평균 타율 2할7푼7리-장타율 3할7푼9리-출루율 3할3푼9리에 한참 못 미친다.
유격수가 가장 까다로운 타구를 처리해야하는 포지션이라고 해도, 아쉬운 수비가 많았다. 24경기, 210이닝 동안 4실책. 주장으로서 면목이 안 서는 플레이도 적지 않았다. 만회할 시간은 충분하다. 110경기 넘게 남았다.
한화 사람들은 하주석이 만루홈런을 계기로 활짝 기지개를 켜길 바랄 것이다. 그의 눈물에는 더 잘 하고 싶은 마음, 더 잘 하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하주석이 만루홈런을 날렸을 때, 선수들은 하나가 되어 있었다. 한화가 갖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