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후반 17분, 전북 현대 김보경의 코너킥을 류재문이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폭발시켰다. 열광의 도가니가 된 전주월드컵경기장, 그리고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멈췄던 전주성의 명물 '오오렐레'가 울려퍼졌다. 그간 참아왔던 울분을 토해내듯 엄청난 함성이 이어졌다.
축구장에 육성 응원이 돌아왔다. 5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10라운드가 열렸다. 이 경기는 K리그에 육성 응원이 허용된 후 치러지는 첫번째 경기였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달 22일 2020년 5월부터 적용한 'K리그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기 운영 관련 제한 사항들을 해제했다. 금지됐던 육성응원이 '자제 권고'로 풀리며, 경기장에서 다시 응원가와 함성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어린이날 휴일인만큼, 올 시즌 전북 최다인 1만2024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원정팀인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 500여명이 원정 응원에 나섰다. 서울 관계자는 "원정버스 4대가 일찌감치 매진됐다. 자차로 오신 분들도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전북의 서포터스 MGB는 N석을 가득 메웠다. 양 서포터스가 목이 터져라 부른 응원가와 함성이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전북 팬들은 서울로 이적한 한승규가 볼을 잡을때마다 야유를 보냈고, 애매한 판정이 이어지면 '정신차려 심판!'이 울려퍼졌다.
전북 팬들이 '오오렐레'를 외치자, 서울 팬들은 후반 44분 박동진의 동점골과 함께 에너지를 뿜어냈다. '미친개'가 별명인 박동진이 유니폼을 벗고 개처럼 다리를 드는 '미친개 세리머니'를 펼치자 더욱 뜨거운 함성을 토해냈다. 지난 2년간 잃어버렸던 함성소리가 채워지자, '진짜' 축구장이 됐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오랜만에 축구장 열기가 느껴졌다. 팬들의 환호 속 축구를 해서 좋았다"며 "감독이 되고 이런 열기를 누리지 못했다. 전주성 다운 모습이었다. 더 좋은 축구로 보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안익수 서울 감독도 "멀리서 응원을 내려온 팬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아 기쁘다"고 했다.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일정을 마치자마자 리그에 돌입한 전북은 17세 선수인 강상윤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냈다. 9라운드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 승리 후 연승에 노리는 서울은 이적시장 막판 영입한 황인범을 벤치 명단에 넣는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는 서울이 점유하고, 전북이 역습 하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전북이 후반 김보경 문선민이 투입되며 속도를 높이며 기회를 만들었고, 류재문의 선제골로 결실을 맺었다. 서울도 황인범을 넣으며 응수했다. 황인범은 이날 두 차례 결정적인 킬패스를 넣는 등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대' 다운 클래스를 과시했다. 전북의 승리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44분 이한범의 백헤더를 이날 시즌 첫 출전에 나선 박동진이 골키퍼 바로 앞에서 방향을 바꾸는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하며,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전북은 5경기 무패행진(3승2무)과 서울전 무패행진을 15경기(12승3무)로 늘리는데 만족해야 했고, 서울도 4경기(1승3무) 연속 무패로 이날 경기를 정리해야 했다.
전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