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내가 병살타 치는 바람에 경기가 꼬였다. 오늘 지면 난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LG 트윈스 유강남(30)이 맹활약하고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차전에서 8회말 문보경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유강남은 2회말 첫 타석부터 기회를 잡았다. 1사 만루의 선취점 찬스. 하지만 유격수 땅볼이 됐고, 두산 안재석-강승호의 민첩한 수비에 병살이 되고 말았다.
경기 후 만난 유강남은 "경기 진 날은 너무 피곤하고 집에 가기 싫다. 3연패한 일요일이 그랬다. 자꾸 우당당탕 기에 눌려서 지더라. 오늘은 힘들었지만 이겨서 피로가 덜하다"며 활짝 웃었다.
특히 첫 타석 병살타에 대해 "나 때문에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흘러갔다. 그래서 수비할 때 신경 곤두세우고 꼼꼼하게 운영했다. 덕분에 대량실점이 없었고, 막판 역전승의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오늘 지면 난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오지환의 동점포로 균형을 이룬 5회말, 홍창기의 적시타 때 2루주자가 바로 유강남이었다. 전력질주한 유강남은 조수행의 송구가 옆으로 빗나가는 사이 홈을 밟았다.
이에 유강남은 "제 발이 그 정도니까 코치님이 돌리신 것 아니냐. 결국 홈에서 여유있게 살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사실 2회 병살타 때는 더 열심히 뛰었는데, 초반이라 몸이 안 따라줬다. (홍)창기 적시타 때는 다리가 좀더 잘 나갔다"면서 "(김)민성이 형은 '내가 너보단 빠른 거 같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보다 날쌔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두산전 때는 최승용을 상대로 3루선상 2루타성 타구를 치고도 아웃되는 모습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유강남은 "전 조깅하지 않는다. 무조건 전력질주"라고 억울해했다.
"코스가 좋아서 2루까지 뛰었다. 슬라이딩으로 멋지게 피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잘 안된 거다. 다들 내 이미지 때문에 느려서 죽은줄 안다. 헤드 퍼스트 했으면 살았을 텐데, 어깨가 안 좋아서…다리로라도 뭔가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쉬웠다. 슬라이딩도 꽤 괜찮게 하는 포수다."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7회에는 선두타자로 등장해 2루타를 때려냈다. 유강남은 "최원준 상대로 안타가 하나도 없었는데 첫 안타다. 선두타자로서 임무를 잘 수행했다"고 웃었다.
"연승도 그렇지만, 연패도 끊기가 참 어렵다. 대기 타석에서 폭투든 희플이든 점수만 나라!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이기고 나니 너무 좋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