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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방출→연봉 4000만원, 39세 베테랑의 대반전 드라마 [SC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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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4000만원 투자가 아깝지 않네.

이정도면 FA 거액 투자가 부럽지 않다. 오히려 최소 비용을 들여, 최고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선수도 친정에서 황혼기를 화려하게 맞이하고 있으니, 모두가 좋은 일이다.

SSG 랜더스의 질주, 멈출지 모른다. 개막 10연승 후, 25경기를 치른 현재 19승1무5패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두산 베어스와의 홈 3연전에서 2경기를 모두 잡으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타선, 마운드의 조화가 대단하다. 한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활약한다. 추신수, 이재원이 빠졌지만 강팀 두산전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개막 초반은 노경은, 이태양, 오원석 토종 선발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최근에는 불펜진의 힘이 좋다. 특히 베테랑 좌완 고효준이 눈에 띈다.

고효준은 30일 두산전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다시피 했다. 2-1로 앞서던 6회초 1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해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7회초에도 안타 1개를 내줬지만, 한 이닝을 책임지며 팀에 승기를 가져다줬다. 마지막 타자 김재환을 잡고 포효한 고효준은 홈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응원에 답례하는 멋진 모습을 연출했다.

두산전 뿐 아니다. 지난 19일 키움 히어로즈전에 첫 등판, 이후 7경기 8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기록중이다. 평균자책점 0.00. 홀드는 2개 뿐이지만, 승부처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고효준은 이번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공 1개 던져보지 못하고 2군에 갔다 19일 키움전을 앞두고 콜업됐다. 잘나가는 팀 상황을 봤을 때,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좌완 불펜 김태훈의 부진이 고효준에게는 기회가 됐다.

이를 갈고 준비하던 고효준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2002년 프로 데뷔 후 20년째 프로 무대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지난 시즌 후 LG 트윈스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LG에서 딱 한 시즌 뛰었는데, 그 직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친정 SSG가 고효준을 품어줬다. 고효준은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2004년부터 2015년까지 뛰며 전성기를 보냈다.

고효준의 연봉은 고작 4000만원. 하지만 고효준에게는 돈보다 기회가 소중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입단 테스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고의 활약으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