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30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삼성 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있었다.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동원과 삼성 선발 원태인의 시즌 첫 맞대결이었다.
키움 시절, 박동원은 원태인 '천적'이었다.
2019년 부터 지난해까지 10타수6안타(0.600). 그중 절반인 3개가 홈런이었다.
14승으로 KBO리그 토종 최다승을 거뒀던 지난해가 피크였다. 박동원을 상대로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였다. 5타수4안타. 홈런 3개, 2루타 1개로 안타가 모두 장타였다.
KIA 유니폼을 입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박동원. 팀이 달라졌지만 그는 여전히, 어김없는 '원태인 킬러'였다.
이날 세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3타수3안타 1타점. 이날까지 13타수9안타(0.692)가 됐다.
1회부터 2사 2루 선취점 상황에서 맞닥뜨렸다. 승부사 원태인은 피해가지 않았다.
초구부터 129㎞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찔러넣었다. 박동원의 배트가 자신있게 돌았다. 빨랫줄 같은 타구가 좌중간 펜스를 직격했다. 선제 적시 2루타.
2-1로 앞선 3회말 2사 1루에서 맞은 두번째 대결.
원태인은 초구부터 줄곧 변화구만 던지며 조심조심 상대했다. 하지만 박동원은 2B1S에서 133㎞ 슬라이더를 잡아놓고 강타해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원태인의 표정에 허탈한 웃음이 스쳤다.
2-2 동점이던 5회 2사 2루. 균형을 깰 수 있는 득점권 찬스. 피해갈 거란 생각은 오판이었다.
앞선 두 타석 모두 변화구 승부 끝에 안타를 허용한 원태인은 과감한 직구 승부에 나섰다. 1B에서 2구째 147㎞ 패스트볼을 몸쪽에 잘 붙였다. 배트 안쪽에 맞은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 쪽으로 느리게 흘렀다. 유격수 이재현이 빠르게 대시해 송구했지만 세이프. 행운의 내야안타였다.
배트에 스치기만 해도 안타가 되는 허탈한 상황. 원태인의 얼굴에 또 한번 알듯 모를듯 한 미소가 지나갔다.
두산 시절 원태인 천적이었던 오재일이 삼성 이적으로 사라진 상황.
올시즌 후 FA가 돼도 삼성으로 올 가능성이 전무하다시피 한 박동원과의 상대 방법은 원태인에게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1회 내야 실책 속에 자책점 없이 2실점 한 원태인은 2-2로 팽팽하던 6회 김선빈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5⅔이닝 10안타 2볼넷 7탈삼진 3실점(1자책). 옆구리 통증 이탈 후 열흘 만의 복귀전 치곤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다.
불운 속에 패전 위기에 몰렸던 원태인은 8회 이원석의 역전 3점 홈런이 터지자 뛸 듯이 기뻐했다.
박동원과의 찜찜한 세차례 승부는 이미 잊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