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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복도 안되는데…' 이성적 사령탑의 이례적 격노...챔필에 무슨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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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허삼영 감독은 그라운드의 신사다.

좀처럼 거친 항의는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성품의 소유자. 불필요한 경기 지연 행위는 극도로 자제한다.

하지만 29일 광주 KIA전에서는 사뭇 달랐다. 어필 대상이 아닌 체크 스윙 판정에 발끈했다. 경기 초반부터 벤치를 박차고 나왔다.

0-0이던 2회말 1사 2,3루.

선발 황동재가 위기를 맞았다. 김석환을 내야 직선타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9번 김도영 타석. 1B2S에서 4구째 몸쪽 높은 패스트을 뒤로 피하는 과정에서 몸이 배트와 함께 반쯤 돌았다. 포수의 요청으로 1루심에게 하프 스윙 여부를 물었지만 돌지 않았다는 판정.

삼성 허삼영 감독이 오른손을 허공에 베는 시늉을 하며 1루심을 향해 어필에 나섰다. 스윙이란 뜻이었다. 주심이 가로막았지만 허 감독은 1루심에게 어필을 이어갔다. 1분 이상 항의가 길어졌다.

박재홍 해설위원도 "허삼영 감독이 이렇게 강한 어필을 하는 게 그렇게 많지 않다"며 이례적인 상황임을 강조했다. 하프스윙 판정은 어필 대상이 아니다. 스트라이크 콜과 같이 번복되지 않는다.

이성적인 허 감독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주저 없이 벤치를 박차고 나갔다.

결과를 바꿀 수 없는 항의. 왜 그랬을까.

두가지 이유와 목적이 있었다.

첫째, 챔피언스필드 원정팀 덕아웃은 1루쪽에 있다. 허 감독이 서있는 위치는 오른손 타자 김도영의 하프 스윙을 1루심 만큼 잘 볼 수 있는 위치였다.

통산 두번째 선발 등판에 나서는 경험이 많지 않은 황동재의 동요를 막기 위한 뜻도 있었다.

하프 스윙이었다면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되는 상황. 이례적인 강한 어필 속에는 '행여 점수를 줘도 네 잘못이 아니'라는 안심시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둘째, 침체된 팀 전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삼성은 이날 전까지 최근 10경기 2승8패로 부진했다. 전날 대구 LG전도 시소전 끝에 김현수에게 투런홈런을 맞고 2연패한 뒤 광주로 넘어왔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작한 주말 첫 경기. 경기 초반 사령탑의 이례적 어필로 승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선수단에 심어줬다.

황동재는 사령탑의 의도적 어필에 힘을 냈다. 2회 1사 2,3루, 3회 1사 만루 위기를 잇달아 실점 없이 넘겼다.

야수들도 포기하지 않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7회 이원석의 솔로포로 추격을 시작한 뒤 1-3이던 8회 무사 2,3루에서 오재일의 적시 2루타와 김태군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3-3이던 9회 기어이 피렐라가 KIA 특급 마무리 정해영에게 시즌 첫 실점을 안기며 4대3 역전승에 성공했다.

9회초 허삼영 감독이 또 한번 덕아웃을 박차고 나왔다.

선두 타자 김현준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KIA 마무리 정해영의 143㎞ 낮은 존의 패스트볼을 흘려보냈다. 볼로 판단했지만 주심의 스트라이크 콜이 나왔다. 허 감독이 또 한번 벤치에서 나와 어필을 했다. 최태원 수석코치의 만류로 주심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지만 불쾌한 표정이 역력했다.

9회말 2사 2루에서는 '1경기 2차례 마운드 방문'이란 스피드업 규정을 착각하고 마운드 위로 가기 위해 선을 넘었다가 오승환이 강제 강판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갑작스레 등판한 이승현이 소크라테스를 3구 삼진으로 잡고 승리를 지켜 가슴을 쓸어내렸던 장면.

평소 철저히 이성적이었던 사령탑. 의도적인 감정 표현이 침체된 선수단을 깨운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