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점차 승리를 거둔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오재원(37)을 잊지 않고 언급했다.
"경기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8회말 찬스에서 적시타로 결승타점을 올린 오재원 등 베테랑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
교체 출전한 베테랑 선수가,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까지 해줬으니 고마운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재원은 8회말 5-5 균형을 깨고 승리를 끌어온 적시타를 터트렸다. 2사 2루, 볼카운트 1B2S에서 상대 좌완 임정호가 던진, 살짝 바깥쪽으로 흐르는 변화구를 받아쳤다. 타이밍을 빼앗긴 오재원은 배트를 툭 갖다댔고, 타구는 내야를 살짝 넘어 중전 안타가 됐다. 5-3으로 앞서다가 8회초 동점을 허용한 뒤 나온 결승타.
관중들이 "오재원"을 연호하는 가운데, '주인공' 오재원은 1루에서 인상적인 세리머니를 했다. 두 팔을 쭉 뻗더니 잠실야구장 중앙석과 1루 쪽을 가리켰다. "나, 이런 사람이야. 칭찬해 좀 해줘"라고 소리높여 외치는 듯 했다.
중앙테이블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박정원 구단주가 벌떡 일어나 호응했다. 박 구단주가 잠실야구장을 찾은 건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두산 구단 프런트는 "세리머니의 의미가 궁금해 경기 직후 물어봤더니, 경기장을 찾아 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했다. 홈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은 선수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힘을 불어넣는다.
37세 내야수 오재원은 올 시즌 백업 전력이다. 주로 경기 후반 교체로 출전하고 있다. 타석에 설 기회도 많이 줄었다. 임팩트있는 활약을 보여줄 시간이 부족하다. 27일까지 16경기에서 26타수 5안타, 타율 1할9푼2리-4타점-2득점을 기록했다.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는 다소 빈약한 성적표다.
그러나 존재감을 알릴 기회는 언제든 온다. 지난 시간이 선물한, 소중한 경험을 안고 사는 베테랑. 오재원은 27일 베테랑의 시간을 만들었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