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남은 경기는 두 경기 뿐이다. 눈을 돌릴 곳은 더 이상 없다. 이제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할 차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가 종착역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한데 K리그는 동남아에서 제대로 '더위'를 먹었다. 2년 연속 ACL 결승에 오를 정도로 동아시아 최강을 자랑하지만 이례적으로 1위를 질주하는 팀이 단 한 팀도 없다.
전북 현대와 대구FC는 각각 H조와 F조에서 2위, 울산 현대와 전남 드래곤즈는 I조와 G조에서 나란히 3위에 위치해 있다. 조별리그에선 각 조 1위가 16강에 직행하고, 2위 가운데 상위 3개팀이 다음 라운드에 합류한다.
절망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남은 두 경기를 잘 요리하면 반전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울산이 가장 먼저 5차전 무대에 오른다. 숙명의 한일전이다. 울산은 27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각) 말레이시아 조호르 바루 라킨스타디움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와 격돌한다. I조는 가와사키가 승점 8점(2승2무)으로 1위에 포진한 가운데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울산이 나란히 승점 7점(2승1무1패)이다. 승자승에서 앞선 조호르가 2위다.
울산의 '경우의 수'는 가와사키에 이어 조호르와 최종전에서 모두 이기면 조 1위가 된다. 반면 한 경기라도 비기면 2위 경쟁이 쉽지 않다. 홍명보 감독도 배수진을 쳤다. 그는 "남은 두 경기를 100%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은 15일 가와사키와 1차전에서 만났다. 전반 21분 레오나르도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에서 실점해 1대1로 통한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구와 전남은 이날 오후 11시 각각 산둥 루넝(중국), 유나이티드시티(필리핀)와 대결한다. 대구는 대혼전이다. F조는 대구를 비롯해 우라와 레즈(일본), 라이언시티(싱가포르)가 모두 승점 7점(2승1무1패)이다. 순위는 3팀간의 승자승(승점→골득실→다득점 순)으로 갈려있다. 현재 1위는 우라와다.
대구는 우라와와의 상대전적에서 1승1무로 앞서 있어 산둥에 이어 라이언시티를 모두 잡으면 자력으로 조 1위가 가능하다. 가마 감독도 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필승' 뿐이다.
반면 승점 4점(1승1무2패)의 전남은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다. 1위 빠툼 유나이티드(태국·승점 10·3승1무), 2위 멜버른시티(호주·승점 8·2승2무)와의 격차가 꽤 벌어져 있다.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고, 멜버른시티가 2패 혹은 1무1패를 거두면 조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전경준 감독은 "다른 경기의 결과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력으로 진출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현실을 인정한 후 "그래도 남은 2경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승2무(승점 8)의 전북은 하루 뒤인 28일 오후 11시 시드니FC(호주)를 상대한다. K리그 팀 가운데 유일한 무패 팀인만큼 현 상황에선 16강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다. 1위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승점 9·3승1패)와의 승점차도 단 1점에 불과하다. 호앙아인(베트남)과 시드니가 나란히 승점 2점(2무2패)에 그쳐 최소 조 2위는 가능해 보인다.
조 2위가 될 경우에도 최하위를 예약한 시드니 또는 호앙아인과 각각 1무를 기록, 손해보는 승점이 적어 16강 진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K리그 챔피언의 자존심이 걸렸다. 전북은 최종전에서 요코하마를 물리치면 조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