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워커 뷸러는 지난해 33경기에서 16승4패, 평균자책점 2.47, 212탈삼진을 마크하며 에이스로 올라섰다.
올시즌 개막전 선발로 나선 그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9이닝 3안타 10탈삼진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7년 이후 5년 만에 '셧아웃'을 등록한 것이다. 완투는 2019년 두 차례 작성했다. 하지만 완봉승까지는 시간이 더 걸렸다.
뷸러는 1994년생으로 올해 28세다. '영건'이라고 하기엔 멋쩍고, 에이스급 치고는 첫 완봉승도 늦게 나왔다.
뷸러에게 에이스 자리를 물려준 클레이튼 커쇼는 22살에 첫 완봉승을 기록했다. 2010년 9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다. 커쇼는 이후 천하무적 에이스가 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3차례 완봉승을 거둔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13년 5월 29일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첫 완봉승을 따냈다. 당시 나이는 26살이었다. KBO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 첫 시즌이었으니, 상당히 빠른 편이었다.
뷸러의 완봉승은 왜 지체됐을까.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워커의 프로 입단 과정을 보자. 워커는 테네시주 내슈빌 밴더빌트대학 3학년이던 201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다저스의 지명을 받아 계약금 178만달러에 입단했다.
그러나 워커는 입단 직후 팔꿈치에 이상이 발견돼 토미존 수술을 받는다. 1년 넘게 재활을 했다. 프로 마운드에 처음 오른 건 2016년 8월 24일 루키리그에서였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게 2017년 9월이었으니, 2018년이 첫 메이저리그 시즌이라고 봐야 한다. 이마저도 갈비뼈, 손가락 부상 등으로 마이너를 오르내리면서 풀타임을 소화하지는 못했다. 결국 2019년 처음으로 풀타임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14승4패, 평균자책점 3.26을 올리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때 이미 25세였다.
그리고 완투형 투수의 소멸이 뷸러가 빅리그에 데뷔할 즈음 시작됐다. 투수들이 롱런을 위해 몸 관리에 신경쓰고 현장에서는 불펜야구가 득세하면서다. 완투 기회가 많아야 완봉승도 나온다. 뷸러는 지난해 그렇게 잘 던지면서도 최다 투구이닝은 7⅔이닝, 투구수 100개 이상 경기는 10번에 불과했다. 류현진은 2013년 100개 이상 던진 게임이 30경기 중 24경기, 커쇼는 2010년 32경기 중 27경기에서 100구 이상 던졌다. 시대가 달라졌다.
또 하나 주목할 점. 뷸러는 출발이 늦은 만큼 FA 자격도 30세가 되는 2024년 말에 얻는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정상급 기량을 유지한다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겠지만, 7년 이상 초대박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커쇼는 26세이던 2014년 1월 FA 한 시즌을 남기고 7년 2억1500만달러에 다저스와 연장계약을 했고, 게릿 콜은 29세이던 2019년 12월 9년 3억2400만달러에 양키스와 FA 계약을 맺었다. 둘은 계약 당시 모두가 탐낸 초특급이었다.
지난해 11월 시애틀 로비 레이와 토론토 케빈 가우스먼은 각각 5년 1억1500만달러, 5년 1억1000만달러에 FA 계약을 했다. 둘 다 30세였다. 2년 6개월 뒤 뷸러 몸값의 기준이 될 사례들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