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꼴찌 눈물과 바꾼 리빌딩 첫 페이지, 성과는 분명했다.
한화 이글스가 키움 히어로즈에 거둔 짜릿한 역전승은 여러모로 의미를 둘 만하다. 경기 초반 상대 마운드에 압도당했음에도 기어이 동점을 만들고, 역전까지 성공시켰다.
이날 한화 타선은 5회까지 안우진에게 완벽하게 눌렸다. 3회말 1사후 임종찬이 안타 1개를 만들어내고 볼넷 2개를 골라낸 반면, 삼진만 9개를 당했다. 최고 159㎞ 직구, 146㎞ 슬라이더를 앞세운 안우진의 쾌투에 속절없이 당했다. 그 사이 선발 박윤철은 3회초 박찬혁에게 좌월 솔로포, 5회초 적시타를 내주며 2실점 했다. 선발 투수가 최소 실점으로 이닝을 끌어감에도 상대 마운드에 눌려 기를 못펴다 결국 고개를 숙이는 한화의 전형적인 패배 공식을 떠올릴 만한 승부였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예전의 한화가 아니었다. 타순이 두 바퀴를 돌자 안우진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6회말 1사후 정은원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최재훈이 삼진에 그쳤으나, 마이크 터크먼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노시환이 우중간 동점 적시타를 만들었다. 터크먼이 다소 무모해 보일 정도의 홈 쇄도를 했으나, 포수 이지영의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절묘한 슬라이딩 뒤 홈 플레이트를 먼저 짚어 세이프 판정을 이끌어냈다.
키움은 2-2 동점이던 7회말 한계 투구수에 가까워진 안우진을 불러들이고 필승조 이승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하위 타순부터 출발한 한화에겐 기세가 꺾일 수도 있었던 순간, 한화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하주석의 안타와 노수광의 희생번트 성공으로 만들어진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임종찬이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승부를 뒤집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8회말에도 무사 만루에서 김태연의 밀어내기 볼넷, 장운호의 희생플라이로 점수를 뽑아내며 기세를 이어갔다.
마운드에서도 집중력이 돋보였다. 박윤철이 마운드를 내려간 뒤 한승주와 김범수, 윤호솔이 차례로 이어 던지면서 키움 타선을 막았다. 최근 어깨 통증으로 이탈한 정우람을 대신해 9회초 마운드에 선 장시환도 공격적인 투구로 1이닝을 책임지면서 팀 승리를 지켰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 시즌에도 '절대 1약'이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외부 전력 보강 없이 리빌딩 과정을 겪고 있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런 예상대로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무기력한 경기 내용이 줄었고, 최근 승수를 쌓아가기 시작하면서 지난 1년 간의 리빌딩 과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한화는 분명 성장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