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IA 타이거즈에는 중견수를 보는 선수가 4명 있다. 장기적으로 우리 외야는 안정될 것이다."
지난 2020년 5월, 당시 사령탑이던 맷 윌리엄스 전 감독의 말이다.
처음 당해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야구계가 혼란스러울 때, KIA의 외야는 한층 더 고민에 빠져있었다. 기존 중견수 요원인 김호령과 이창진이 동반 부상을 당하면서, 최원준이 갑작스럽게 중견수를 맡았다.
최원준은 인상적인 타격 재능과 더불어 이전 시즌까지 내외야를 오가던 선수답게 타구 판단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이해 최원준이 기록한 실책은 4개. 대부분 무리한 송구에서 나온 것이다. 외야수가 떨어뜨린 공은 대부분 실책 아닌 안타로 기록된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시리즈를 시작으로 삼성라이온즈전, 한화 이글스전을 거친은 5월 내내 '중견수 뜬공'은 차라리 공포였다.
좌익수 나지완, 우익수 프레스턴 터커의 수비 또한 호평받긴 힘든 상황. 그러다보니 중견수의 수비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커버리지가 가장 넓은 선수가 타구 판단을 잘 못하다보니 TV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시각적인 반향도 컸다.
당시 윌리엄스 전 감독은 거의 매경기 브리핑 때마다 '최원준을 대신할 중견수가 정녕 없나'라는 질문을 받곤 했다. 그때마다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대신할 선수가 없다. 어떤 선수를 중견수로 넣어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원준은 5툴을 모두 지닌 뛰어난 유망주다.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최원준이 경험치를 쌓는게 낫다"는 것.
아마 제일 답답한 사람은 사령탑이었을 것이다. 또다시 최원준에 대한 질문이 나온 어느날, 그는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우리팀 전체에 단 4명 뿐이다. 그리고 최원준을 제외한 3명이 부상중"이라고 답했다.
기자들은 물론 KIA 구단 관계자도 고개를 갸웃했다. 김호령과 이창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윌리엄스 전 감독은 '1명이 더 있다'고 말했기 때문.
당시 중견수 후보로 언급된 선수가 바로 이진영(25)이었다. 그해 윌리엄스 감독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대규모 선수단을 꾸렸는데, 프로 5년차였던 이진영도 포함됐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 포함 장타를 때려내는가 하면, 수비와 주루에서도 열정 넘치는 모습으로 사령탑의 시선을 잡아끈 것. 재능만큼은 인정받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이해, 이진영은 불운하게도 부상에 후말렸다. 연습경기에서 주루 도중 부상을 당한 것. 결국 조기 귀국은 물론 시범경기부터 시즌초 퓨처스리그마저 모두 건너뛴 끝에 6월말에야 가까스로 복귀했다. 하지만 좋았던 흐름은 모두 놓친 뒤였고, 이미 김호령과 이창진이 복귀한 이상 이진영이 출전 기회를 잡긴 쉽지 않았다.
한번 놓친 기회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이진영은 2021년에도 17경기 47타석을 얻는데 그쳤고, KIA는 윌리엄스 전 감독을 경질했다. 올해 이진영은 아직 1군에서 단 한경기도 나서지 못하다 한화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윌리엄스 전 감독은 현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3루 주루코치를 맡고 있다. 빅리그 감독상(2014)을 수상하는가 하면, 선수 시절 타점왕(1990)과 홈런왕(1994)을 경험하고,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통산 4차례나 차지하며 통산 378홈런을 때린 레전드다.
애지중지해온 22세의 선발투수 김도현(개명 전 김이환)을 내보낸 한화는 외야 자원이 부족한 팀이다. 대전이 이진영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한화로선 윌리엄스 전 감독의 눈이 정확했기를 바라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