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서서히 진행돼 결국 시력을 잃는 '망막색소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은 전세계적으로 약 5000명 당 1명 꼴로 발생하는 유전성 희귀난치성질환이다.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에 색소가 쌓이면서 망막의 기능이 소실되는 질환이다.
초기 대표적인 증상은 야맹증이다. 갑자기 어두운 곳에 들어갔을 때 적응을 잘못하거나, 해질 무렵 외출할 때 문제가 발생하고, 어두운 실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다. 또 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양안의 시야가 좁아져 작은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터널시야), 시야가 희미해지며 글을 읽지 못하거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안과 이지영 교수는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하는 유전성 망막질환으로, 20가지가 넘는 유전성 망막질환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며 "사람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나 진행속도는 다르지만 보통 20세 이전에 야맹증이 시작되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돼 나중에는 상당수가 시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시각 세포 내에서 빛을 전기신호로 전환하는 기전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가족력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특정한 이유 없이 돌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심한 야맹증이 나타나면 의심할 수 있다. 야맹증은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의 막대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나타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력검사, 색맹검사, 검안경 또는 촬영 장비를 통한 안저 검사, 시야검사나 전기생리검사, 유전자확인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이 중 전기생리검사인 망막전위도검사는 망막에 빛으로 자극을 줬을 때 나타나는 전기신호를 기록하는 검사로, 가장 유용한 검사방법으로 평가된다.
이지영 교수는 "유전질환인 만큼 현재까지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다"면서도 "현재 항산화제치료, 줄기세포치료, 유전자치료 등 다양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망막색소변성증 진행을 늦추기 위해 시력이 자외선에 의해 손상되지 않도록 선글라스나 교정 안경을 착용한다. 과도한 음주나 흡연, 지나친 스트레스는 병의 경과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만큼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지영 교수는 "비타민 A, 비타민 E, 루테인과 같은 항산화제 복용이 망막색소변성증을 지연시킨다는 보고가 있지만, 효과가 뚜렷하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