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27일 개봉하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하 니 부모)가 시사회 후 꽤 호평받고 있다.
'니부모'는 스스로 몸을 던진 한 학생의 편지에 남겨진 4명의 이름, 가해자로 지목된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려는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은 20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이런 소재로 영화를 찍는다는 자체가 겁도 나고 무섭기도 햇다. 하지만 영화로 한 아이의 아픔을 생각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 작품은 일본의 극작가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하타사와 세이코가 각본을 쓴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연극과 영화는 시간적인 상황이 다르다. 연극은 공간의 제약상 하루의 시간동안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설정이지만 영화는 이를 각색하고 재해석해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된 이야기다.
그는 "캐릭터들의 직업과 시간의 확장성, 공간의 확장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얼개를 풀어나가려고 했다"며 "원작자인 세이코 작가님에게 그동안 영화화를 위한 제안이 많이 간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진행이 안되던 차에 나도 의뢰를 드렸는데 답을 늦게 받았다. 진행하던 분이 내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하더라. '감사하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만들겠다'고 전달했다. 원작이 워낙 탄탄하고 좋아서 내가 손을 대거나 각색하는 것이 어려웠다. 작가님이 '원작내용에 신경쓰지 말고 상상력을 펴서 아픔을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 그것이 나에게 힘이 되었다"고 전했다.
역시 '니 부모'가 가장 독특한 점은 가해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참신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하며 감독인 나 역시 가해자의 마음 속에 들어가 있어야 해서 힘들었다. 공감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 시선을 캐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해한다기 보다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 가해자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평면적이기 보다 입체적인 서사의 얼개로 풀어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가해 학생들은 피햐저둘아 힘들어 할수록 쾌감을 느끼고 목적을 성취하려고 한다. 대립 상황을 극대화시켜야한다는 주목표가 지옥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상황이 계속 일어나고 있고 더 심한 상황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제일 주안점을 둔 것은 피해자의 영혼이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영혼이 무너지는 부분에 포커스 맞췄다."
영화는 2011년 대구 수성구 D중학교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하던 남학생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을 큰 모티브로 삼았다. 김 감독은 "그 사건이 가장 큰 모티브였다. 가혹하게 당하는 장면들도 그 사건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다른 사건들이 모여서 이야기가 표현됐다"며 "촬영하는아이들이 걱정돼 대화도 자주했다. 부모님들도 촬영장에 오셔서 내가 이야기 하기 힘든 부분들은 이야기해줬다. 또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는 촬영을 많이 멈추기도 했다. 마음이 아픈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화가 한가지 답을 전달해야하는데 내 자신이 엔딩에 대한 답을 못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재촬영을 하기도 했다. 촬영을 끝내고 아이들 장면은 3개월 있다가 다시 찍고 그랬다. 어떻게 보면 연출자로서 부족하다. 이 작품이 사회고발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에게 질문을 다시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라며 "사람이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부모들이 '내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진실을 맹신하는 것이 더 큰 가해다. 잘못된 사랑, 비뚤어진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더 큰 가해다"라고 못박았다.
"난 원래 재난 영화를 좋아한다. '싱크홀'이나 '타워'도 그랬고 '화려한 휴가'도 재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영혼의 재난영화다. 일반적인 재난은 복구가 되지만 영혼의 재난은 복구가 안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영화가 관객을 만나기 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여러가지 부침이 많았고 감독으로서는 관객을 못만난다는 것은 생명력이 소멸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마음 속에 숨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건우의 아픔을 관객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