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 이글스 타선을 보면,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32)만 보인다. 주력 타자 중 제대로 역할을 하는 건 터크먼뿐이다.
공수주 능력을 두루 갖춘 외야수. 6경기 전 게임에 3번 타자로 나서 꾸준한 활약을 했다. 4월 2일 두산 베어스와 개막전부터 8일 KT 위즈전까지 6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렸고, 4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8일 대전경기에선 1회 KT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를 맞아 시즌 1호 홈런을 터트렸다. 7회 선두타자 이성곤의 우익수쪽 안타가 나올 때까지, 이 홈런이 유일한 팀 안타였다. 이날 팀 안타 3개 중 2개가 터크먼의 배트에서 나왔다.
8일 현재 23타수 11안타, 타율 4할7푼8리, 1홈런, 3타점, 2득점, 1도루. 11안타 중 3개가 장타고, 타격 2위에 올라있다.
팀 타율 1할8푼8리, 득점권 타율 1할7푼6리. 다른 한화 핵심 타자들의 부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20타석 이상을 소화한 한화 타자 6명 중 5안타 이상을 때린 건, 터크먼과 정은원 둘 뿐이다.
터크먼을 뺀 주축 타자들 성적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1번 정은원 타율 2할(25타수 5안타)-1홈런-3타점, 2번 최재훈 1할1푼8리(17타수 2안타), 4번 노시환 1할7푼4리(23타수 4안타)-3타점, 6번 김태연 1할5푼(20타수 3안타).
팀 리더인 5번 하주석은 심각하다. 23타수 2안타, 타율 8푼7리에 홈런없이 1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투고타저 흐름이고, 타격 사이클이 작용한다고 해도 매우 심각한 부진이다. 오래 전 이글스하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떠올렸던 이들에게, 지금 한화는 다른 세상 팀이다.
지난 해 팀 성적을 포기하고 리빌딩에 집중했던 한화는 올해 일정 수준의 결과를 내겠다고 공표했다. 널리 알리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전보다 나아진 것은 안 보이고, 적나라하게 밑바닦을 드러냈다. 섣불리 실패라고 규정짓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방향성이 옳다고 해도 성과없는 과정은 의미없다.
개막전부터 6연패, 지난해까지 포함하면 12연패. 터크먼만 보이는 타선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