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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살인데 이제서야…" 오은영도 심각해진 박소현 '조용한 ADHD' 진단 [SC리뷰] (금쪽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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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방송인 박소현이 52세에 자신이 ADHD임을 알게 됐다.

8일 방송된 채널A '금쪽상담소'에는 '방송계의 늘 푸른 소나무' 박소현이 출연했다.

이날 '금쪽상담소' 고객님은 아이돌 장인에 '방송계의 심장생'으로 불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멘탈케어룸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가늘고 긴 목의 주인공, 박소현이었다. 박소현은 청춘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성공적인 데뷔 후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불렸다. 거기에 안정적인 진행으로 MC로도 큰 활약을 했다.

또다른 별명은 '아이돌 대모'인 박소현은 기억력이 심하게 떨어져 아이돌 이외의 것들은 모두 잊어버려 아는 사람이라도 낯선사람이 되기 십상이라고. 박소현은 "저같은 경우는 라디오를 20년 했다. 제작진이 일정 기간마다 바뀌는데 3번을 담당한 PD를 못알아본 거다"라고 고백했다.

박나래는 "레전드 썰이 있다. 컴백하면서 케이윌이 라디오 초대석에 온 거다. '윌아 너무 오랜만이야~'라면서 매니저를 안았다. 케이윌 씨가 너무 놀랐다더라"라고 대신 전했다.

박소현은 심지어 정형돈도 검색하고 왔다고. 박소현은 "정형돈씨와는 초면이 아닌 것 같아서 검색을 했다"면서 낯은 익지만 뭔가 같이 한 기록은 찾지 못했다. 이윤지도 라디오를 같이 했지만 몇 번을 나왔는지, 오래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어 "전에 소개팅을 한 후에 새로 받은 소개팅이 같은 상대였던 거다. 그분도 제가 알아채지 못하니까 마음을 닫고 말을 안했다. 배우 김보현 선배가 '너 예전에 봤다며, 밥도 먹고 했었다며'라고 했다. 죽고 싶었다. 자책감이 너무 들었다. 괴로웠다. 전화하기 전까지는 1도 생각이 안났다"라고 속상해 했다.

오은영은 "만만한 상황이 아니다. 박소현 씨가 건망증이 있는 건 다들 알지만 이정도인 줄은 몰랐을 거다"라고 진단했다. 박나래는 "헷갈리는 게 안면인식장애는 아닐까 싶다"라 했고 오은영은 "안면인식장애는 안면 실인증이라고도 한다. 전세계 인구 100명 중 2명이 겪는다고 한다. 증상은 제각각이지만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가체크 리스트를 설명했다.

박소현은 기억을 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항상 사진을 찍는다고. 그는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나중에 그걸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근데 안찍어놓으면 아예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사진을 안찍어도 기억이 나는 약이 있다면 먹고 싶을 정도다"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했다.

박소현은 "우산을 들고 나가면 모두 다 잃어버린다. 짐이 많으면 지하철 선반 위에 올려둘 수 있지 않냐. 저는 못올려놓는다. 무조건 잃어버린다. 어머니는 '분실물 센터가서 고생을 하면 절대 안잃어버려'라고 하셨는데 저는 매번 분실물센터를 간다. 저희 어머니는 이해 못하신다"라고 했다.

박소현의 증상명은 '조용한 ADHD'였다. 충격을 받은 박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게 맞는 것 같다"라며 심각한 표정이 됐다. 오은영은 "대뇌를 적당한 각성상태로 유지해야하는 걸 못하는 거다. 긴장하지 않으면 각성이 뚝 떨어진다"라 했고 박소현은 "남이 보면 '쟤 바보 아냐'가 되는 거다"라면서 "어떻게 하나"라고 속상해 했다.

어린 시절 촉망받는 발레리나였던 박소현은 지적능력이나 이해력은 모두 문제가 없고 문제행동이 없어 ADHD인 것을 몰랐던 것. 또 어릴 때 만났던 친구들이 직장까지 이어지는 발레를 했던 박소현이었어서 더욱 티가 나지 않았다. 때문에 발레를 할 때는 몰랐던 문제점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오은영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소현 씨는 대뇌 각성상태를 긴장해서 유지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하루종일 그렇게 살 순 없지 않냐. 그래서 긴장이 풀어졌을 때의 일은 더 기억을 못하는 거다. 계속 긴장을 동원하면 너무 불편하지 않냐. 중간이 어려운 거다"라 설명했다.

박소현은 남자친구를 사귈 때도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드라마 촬영을 하기 시작하면 연애도 다 포기, 오은영은 "보통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기억력은 감정과 관련이 크다고 했다.

박소현은 "20년 동안 내 싫은 감정을 전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이걸 얘기하는 게 더 스트레스다. 내 감정을 정리하는 것도 어렵고 그 사람한테 말이 안나온다. 내가 손해를 보는 게 낫다. 얘기할 바엔 내 이득을 포기하는 게 낫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줄리도 없고 그냥 내가 참는다. 어차피 기억이 안나니까"라고 했다. 이를 가만히 보던 오은영은 "마음 속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잊어버리는 거 아니냐. 그걸 감당하기 어려우니까"라고 물었다.

박소현은 "라디오를 20년 했는데 중간에 1년 반 정도 잠시 진행을 멈췄었다. 라디오국 연말 송년회에 오랜만에 갔다. 국장님께 반갑게 인사했는데 송년회 분위기가 싸해졌다. 알고보니 저를 해고했던 분이었다. 그당시에는 완전히 까먹고 인사를 했다. 그때 저 굉장히 슬펐었다. 해고 된 후 힘들었는데 그당시에는 잊었던 거다. 슬펐거나 힘들었던 기억은 잘 기억이 안난다"라고 했다.

발레를 그만둘 때 당시를 떠올려보자는 말에 박소현은 울컥했다. 그는 "제가 결정을 한 게 아니라 못했다. 병원을 다섯 군데를 갔는데 한 곳에서만 재활하고 발레를 하라고 했다. 제 꿈은 어쩔 수 없이 꺾인 거다. 사실 방송 일이 제 적성에 맞지가 않는다. 운이 좋아서 배우가 됐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일을 하게 된 거다. 예전부터 끼가 많았던 게 아니다. 하나보니 여기까지 온 거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이걸 안하면 어떻게 할 거야"라고 털어놓았다.

박소현은 "발레에 대한 이야기는 잊고 산다. 기억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한테 이걸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을 알아주길 원하지도 않는다. 평소에는 이런 말을 할 일도 없고 하기 싫다"라면서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부정적인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다루는 법, 긴장했다고 직접 말해야하는 필요성, 몸으로 긴장풀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어 "전부였던 꿈을 포기하면서 절망, 두려움, 암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다. 약물치료든 비약물치료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라고 권했다.

박소현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구나 싶었다. 감정을 흘려보낸단 말이 너무 와닿아서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을 처리할 수 있나 하는 숙제가 생겼고, 한 편으로는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