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만회가 된건가요?" 계산된 플랜→차분한 실행, 프로 두번째 경기 맞아?

by

[창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이렇게 침착한 루키가 있을 수 있을까.

잊을 수 없는 짜릿했던 하루.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준비된 루키의 데뷔 첫 타점이자 결승타였다.

롯데 신인 조세진(19)이 프로데뷔 첫 타점을 팀의 첫 위닝시리즈로 인도하는 결승타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조세진은 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시즌 세번째 경기에 8번 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3일 키움전에 이은 두번째 선발 출전.

그는 0-0이던 7회초 1사 만루 세번째 타석에서 NC 좌완 김영규로부터 중전 결승 적시타를 뽑아냈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변화구를 공략해 날린 짜릿한 한방.

실패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 안도와 기쁨이 두배였다.

조세진은 전 타석에서 번트 실패로 찬스를 무산시켰다. 0-0이던 5회 무사 1,2루에서 번트실패로 2루주자가 3루에서 횡사했다.

루키로선 살짝 움츠러들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조세진은 흥분하지 않았다. 크게 위축되지도 않았다.

7회 1사 만루. 조세진은 대기타석에서 치밀한 계산을 하고 들어갔다. "슬라이더를 보고 들어갔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분석팀에서 알려주신 것도 있고, 상대는 직구를 던져서 희생플라이를 내주면 안되니까 떨어지는 변화구로 땅볼 병살타를 유도하려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제 앞 타석 한동희 선배님에게도 슬라이더 승부를 걸었고요. 똑같이 생각하고 들어갔죠."

김영규가 볼 3개를 잇달아 던졌다. 3B0S. 웨이팅 사인에 따라 한 가운데 패스트볼을 흘려보냈다.

슬라이더를 노렸지만 또 한번 패스트볼이 들어왔다. 3B2S 풀카운트.

김영규와 박대온 배터리는 고졸 루키타자의 노림수를 읽은 듯 패스트볼 2개를 잇달아 던졌다. "무조건 맞혀야겠다"는 생각에 잇달아 파울을 내며 버텼다. 그리고 8구째. 무려 공 6개 만에 기다리던 134㎞ 슬라이더가 높은 코스에 형성됐다. "이번에는 진짜 슬라이더겠지 생각 했습니다."

자신있게 돌린 스윙. 힘이 실렸다. 땅볼이 됐지만 2루수 옆을 스쳐 중견수 앞으로 흘러 나가는 적시타. 두명의 주자가 홈을 밟았다. 기나긴 0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한방. 2대1 롯데의 한점 차 승리가 완성되며 결승타가 됐다. 시즌 첫 위닝시리즈였다.

실패에 대한 극복 의지, 그리고 치밀한 계획과 차분한 실천이 만든 짜릿한 결과였다.

조세진은 적시타를 날린 뒤 "코치님, 이거면 번트 실패 만회가 된건가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다. 딱 그 만큼이 그의 마음 속 책임감이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도 경기 후 "번트실패로 본인에게 화가 났었을텐데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만들어낸 결승타였다"며 높게 평가했던 장면.

실패에 대한 부담을 묻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굳이 부담가지고 가는 것 보다 즐기고 집중해서 해결하려고 생각했습니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들어가진 않았어요."

프로 데뷔 첫 타점을 가장 극적인 순간에 터뜨린 루키. 놀랍도록 차분한 준비 속에 성공의 순간을 만끽했다. 앞으로 이런 짜릿한 장면을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프로데뷔 단 2경기 만에 이뤄낸 놀라운 성과. 예사롭지 않은 새내기가 롯데에 등장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