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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을테면 뚫어봐" 시메오네식 두 줄 수비,이 또한 축구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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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6일 열린 맨시티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2021~2022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은 '창과 방패'의 전형이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잘 알려진대로 공을 소유한 채 상대를 쉴틈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이고,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질식수비로 아틀레티코를 유럽 정상급 팀으로 올려놓았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 양상은 예상 그대로였다. 점유율 71% 대 29%, 파이널서드 볼터치 283개 대 36개, 슈팅 15개 대 0개와 같은 기록에서 나타나듯 사실상의 반코트 게임이 펼쳐졌다. 시메오네의 감독 커리어에서 유효슛 없이 끝난 경기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경기 리뷰에서 비록 아틀레티코가 슛 하나 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지만, 이 경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왜일까.

아틀레티코의 유기적인 수비전술을 '지켜보는 맛'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출발을 5-3-2 포메이션으로 했다. 전방 투톱(그리즈만과 펠릭스)에게 전방 압박을 맡기고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촘촘히 세워 가운데 패스길을 막는 형태였다. 파이브백은 넓은 범위의 수비진을 커버하며 맨시티의 측면 공격에 대응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 시작 2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포메이션을 만졌다. 투 톱을 각각 양 측면 윙어로 배치하는 5-5-0 전술로 변화를 꾀했다. 일명 두 줄 수비다. 케빈 더 브라위너 등이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잡는 것까지 방지하겠단 차원이다. 하프스페이스에서 파포스트를 향한 뒷공간 크로스는 맨시티의 장기 중 하나다.

이때, 양 측면에 있는 공격수들은 호시탐탐 역습을 노렸다. 시메오네 감독의 구상은 애초부터 '0대0' 또는 '행운의 1대0'에 맞춰졌다고 볼 수 있다. '디 애슬레틱'은 아틀레티코가 5-5-0 전술을 가동한 30분 동안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고 분석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후반에 들어 그리즈만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5-4-1 형태로 또 한번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빌드업에 관여하는 센터백을 강하게 누르면서 역습을 더 효율적으로 펼치겠다는 복안이었다. 아틀레티코는 비슷한 방식으로 16강에서 맨유를 합산스코어 2대1로 잡은 바 있었다.

하지만 맨시티는 달랐다. 상대 텐백을 뚫는 법에 익숙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골이 터지지 않자 후반 중반 가브리엘 제주스, 잭 그릴리시 그리고 필 포든을 동시에 투입했다. 그중 포든은 투입 2분만인 25분 움직임 하나로 경기를 바꿨다.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드진 전열이 잠시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을 잡아 날카로운 공간패스로 전방의 더 브라위너와 상대 골키퍼 얀 오블락간의 일대일 상황을 연출했다. 더 브라위너의 오른발이 골문 빈틈을 찾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결국 이 골로 아틀레티코는 적지에서 0-1로 패했다.

아틀레티코는 비록 패했지만, 단 1골만을 내주며 돌아오는 2차전을 기대케 했다. '디 애슬레틱'은 시메오네 감독이 선수의 위치를 바꾸는 모습을 '체스'에 비유했고, 탄탄한 수비 블록과 역습 시도로 경기장에 긴장감을 심어주는 게 마치 '젠가'같다고 표현했다. 아틀레티코는 14일 열릴 2차전에서도 완다메트로폴리타노 위에 김밥 두 줄을 올려둘 계획이다. 맨시티가 뚫지 못하면 이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