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대표이사를 일선에 내세우며 '뉴네이버' 시대를 새롭게 천명한 네이버가 사내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쉽사리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임원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다.
일각에선 이해진 GIO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네이버가 줄곧 약속했던 경영쇄신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지 의문을 표한다. 국회 역시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사퇴했던 채선주 CCO 사내이사 재선임·한성숙은 유럽으로…'반쪽 쇄신' 지적
네이버는 지난 14일 오전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최수연 대표이사와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각각 통과시켰다.
최 대표이사는 1981년생으로 서울대 공대를 졸업, 2005년 NHN에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커뮤니케이션 및 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하다 퇴사를 단행, 연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이후에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2019년 네이버에 다시 합류했다.
최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업계는 네이버가 MZ세대 직원들의 뜻을 반영, 파격적인 CEO 발탁을 단행했다는 평을 내놨다.
그러나 지난해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났던 채 부사장을 다시 이사회에 합류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쪽짜리 인적 쇄신'이란 의견도 있다. 최수연 대표의 '뉴 네이버' 호가 돛을 올리기도 전에 암초에 부딪힌 격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채선주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있었던 네이버 개발자 사망 사건 당시 C레벨 임원직(CCO,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을 맡고 있었던 인물이다. 사망 사건 발생 당시 임원진 차원의 책임론이 거세게 대두되면서, 채 부사장은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인 한성숙 CEO, 최인혁 COO, 박상진 CFO와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채 부사장과 함께 직원 사망 사건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다른 C레벨 임원진들 역시 경영일선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데, 한성숙 전 대표는 지난 16일 유럽 이커머스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향후 이해진 GIO와 함께 네이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C레벨 임원진인 박상진 네이버 CFO도 지난 14일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로 취임했다.
이와 관련, 업계 안팎에선 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물러났던 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복귀하는 것을 두고 '진정한 경영 혁신'이 맞는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내 네이버, 네이버 계열사 게시판에는 최근 '채선주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일부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스톡 그랜트(자사주 지급) 등으로 보유했던 주주 의결권을 이용, 온라인 주총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고 이를 인증하는 행위도 이어졌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네이버는 "이번에 선임된 채 부사장은 향후 네이버의 대외 관련 정책과 ESG 관련 업무들을 맡게 된다"면서 "회사 측은 채 부사장이 그간 쌓아온 경험이나 전문성을 높게 평가해, 네이버 안에서 필요한 역할들을 해 나가 주시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진 책임론 대두에, 국회서도 날선 눈초리 이어져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 일각에서는 이해진 GIO의 책임론까지 제기되는 상황. 채선주 부사장은 이해진 책임자의 최측근 중 한명이다. 채 부사장은 2000년 네이버에 입사한 뒤 홍보실장과 인재개발실장 등을 거쳤고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 자리에도 오른 바 있다. 최수연 신임 대표와도 막역하다. 2005년 최 대표가 입사할 당시 채 부사장 밑에서 근무했던 인연이 있어서다.
이 GIO의 심복들이 경영 일선에 배치되면서, 관련 업계는 이 GIO가 그동안 네이버 총수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오던 것과 이번 인사조치 간에는 적잖은 온도차가 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한편 국회 역시 네이버의 달라지지 않는 행보를 눈여겨 보고 있다. 노웅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네이버의 이번 인사 조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혁신에 나선다더니 오히려 퇴행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태도가 이어질 경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