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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무산된 PK선방쇼, 제주 골키퍼 김동준. 그의 손에 팀의 운명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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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언제나 그렇듯 최선의 몸 상태로 준비할 겁니다."

희망찬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시즌 개막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1부리그 승격 첫 시즌인 지난해 4위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적극적인 보강과 알찬 겨울훈련으로 전북 현대-울산 현대의 '양강 구도'를 깨트릴 강력한 후보로 기대됐지만, 지난 20일 홈 개막전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대3으로 참패했다.

충격적인 결과는 제주 구성원들에게 오히려 강한 독기를 심어줬다. 남기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첫판의 패배를 보약으로 삼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준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2라운드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이적하자마자 개막전 선발 골키퍼로 나서 강렬한 인상을 선보였지만, 부상으로 아쉽게 교체되며 대패를 지켜봐야 했던 주전 골키퍼 김동준(28)의 각오는 더욱 크다. 지난해 K리그2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뛰었던 김동준은 지난 1월 초 트레이드를 통해 이지솔과 함께 제주 유니폼을 입었다. 제주를 이끄는 남기일 감독과는 3년 만의 재회다. 남 감독과 김동준은 2017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성남FC에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당시 남 감독은 김동준이 'K리그 최고의 골키퍼'라고 극찬하며 크게 신뢰했었다.

이런 인연을 제주에서 다시 이어가게 된 김동준은 올 시즌 제주 전력의 핵심이다. 외부의 기대감 또한 매우 컸다. 실제로 김동준은 포항전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제주는 전반 18분만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골문 앞에 선 김동준은 포항 키커 임상협의 슛을 역동작에 걸렸음에도 한 차례 막아낸 데 이어 앞으로 떨어진 공을 몸으로 막아내는 투혼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선방은 공식 인정되지 못했다. 임상협이 움직이기 전에 김동준의 두 발이 먼저 떨어졌다는 심판의 판정으로 재차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졌고, 두 번째는 막지 못했다. 앞서 공을 막는 과정에서 임상협과 충돌하며 부상을 입은 김동준이 다시 막기에는 버거운 상황이었다.

하필 이때의 충격으로 김동준은 후반 시작과 함께 유연수로 교체됐다. 갑작스레 투입된 유연수가 후반 막판 연달아 2골을 허용하는 바람에 제주는 3점차로 크게 지고 말았다. 제주와 김동준 모두에게 큰 아픔이 된 결과였다.

첫 경기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김동준은 한층 강한 책임감으로 재무장한 채 다음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22일 팀 훈련에 복귀한 김동준은 "몸 상태는 하루 이틀 정도 더 체크해봐야 한다. 하지만 감독님과 팀이 원한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어 준비할 것"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어 김동준은 첫 경기에 대해 "사실 충돌이 일어난 뒤에는 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킥을 하고 난 뒤에 힘들 것 같다고 판단돼 교체사인을 보내려 했다. 그런데 벤치를 보니 후배 유연수가 몸을 푸는 게 보였다. 너무 추운 날씨에서 준비가 덜 된 후배를 그라운드에 나서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웜업 시간을 벌어주려고 최대한 전반이라도 버티려 했다"고 밝혔다.

이런 투혼에도 불구하고 패배는 막지 못했다. 김동준은 "팀이 패배해 아쉽지만, 이제 겨우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1라운드에서 우리의 문제점이 나왔기 때문에 더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준비하고 분석하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의연한 각오를 밝혔다. 김동준의 손에 올 시즌 제주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