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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잡는' 영화관 옆 AR스포츠클라이밍의 마력,아이들도 푹 빠졌다[靑運:청소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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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왼손 바로 위에 코로나 바이러스!"

야무지게 홀드를 잡은 중학생 효정이 뒤에서 스크린을 함께 올려다보던 초등학생 동생들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동생들의 코칭을 받은 효정이가 왼손을 펴서 흔들자 '스파이더맨' 거미줄이 좍 펼쳐지더니 화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눈깜짝할새 사라졌다. 기뻐할 틈도 없이 이번엔 머리 위 낙석이 날아들었다. 아이들이 "누나! 오른쪽! 위!"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코로나를 퇴치하고, 낙석을 피하고, 구급약 아이템을 획득하며 손 아픈 줄도 모른 채 정신없이 홀드를 잡고 오르다 보니 어느새 '게임 오버' 사인이 떴다. 지난 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 CGV 한켠에선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소문으로 듣던 '영화관 옆 AR(Augmented Reality) 스포츠클라이밍'의 현장.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산악연맹이 주관하는 '유·청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사업(변형 스포츠 모델 개발 및 보급)'의 일환으로 1~2월 두 달간 CGV피카디리1958(1월 15~27일), CGV수원(1월30일~2월11일), CGV동탄호수공원(2월15~27일) 등 유입인구가 많은 수도권 CGV 3개소에서 청소년 및 가족들을 위한 AR클라이밍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이미 1000여 명이 참여하며 입소문이 났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 활동량이 감소한 유청소년 체력 증진, 올림픽 정식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의 저변 확대 및 종목 홍보를 목표로 청소년의 접근성이 좋은 도심 영화관에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AR 방식의 스포츠클라이밍. 야심찬 첫 시도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이날도 인근 수원클라이밍센터에서 왔다는 김한결(14), 신효정(14), 신지유(13), 이재욱(12), 김민우(10), 윤지원(10) 등 6명의 아이들이 순식간에 AR 스크린을 점령했다. '증강현실'로 해석되는 AR는 현실 배경에 3차원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형형색색의 진짜 홀드 위에 드리운 스크린 위 조명을 켜면 순식간에 다양한 루트가 만들어지고, 수만 가지 프로그램이 구현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낙석을 피하며 거미줄로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에베레스트' 프로그램. 코로나 바이러스 20개 이상 잡아내면 마스크를 선물로 획득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김솔아 강사의 능숙한 시범 직후 중학생 (신)효정이가 가장 먼저 AR클라이밍 스크린 앞에 서더니 능숙하고 침착하게 홀드를 밟아나갔다. 스크린에 바이러스가 뜰 때마다 아이들이 "코로나!" "없애야 돼!" 발을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경기를 하는 이도, 지켜보는 이도 일심동체가 됐다.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운 지 2~3년 됐다는 효정이는 이날 '에베레스트' 체험에서 무려 49개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쳤다. "원래 운동도 잘 못하고 체력도 약해서 계단 10개 올라가기도 어려웠는데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면서 친구들보다 체력도 훨씬 좋아지고 몸도 날렵해졌다"며 예찬론을 펼쳤다. 이날 처음 체험해본 AR클라이밍에 대해선 "클라이밍센터는 주어진 문제가 있고 그 홀드만 잡아야 하는데 AR클라이밍은 루트도 다양하고, 게임 형식이라 너무 재미있었다"는 후기를 전했다. 코로나를 박멸하면서 '집콕' 스트레스도 날렸다. "코로나로 인해 뭔가 잔뜩 쌓여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클라이밍도 배우고 코로나도 없애니까 기분이 좋았다. 속이 다 시원했다"며 활짝 웃었다.

김솔아 강사는 "한 아이가 홀드에 매달리면 대기하는 아이들은 집중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AR의 경우엔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집중한다. 코로나를 퇴치하고 아이템을 따내는 게임 형식에 몰입도가 높다. 아이들이 다함께 참여하게 된다"며 눈높이에 맞는 AR 스포츠클라이밍의 특효를 설명했다. "아이들마다 키도, 실력도 다 다른데 AR의 경우 루트메이커를 통해 그 자리에서 문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연령별, 난이도별 맞춤형 수업도 가능하다. 익숙한 게임과 운동을 함께 즐기다보니 아이들이 더 재미있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장에서 흐뭇하게 아이들의 등정을 지켜보던 민성식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장은 "유·청소년들이 스포츠에 활기차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니 보람 있다. 스포츠에 진보된 기술을 결합한 AR스포츠클라이밍의 좋은 예가 다른 종목에도 파급 효과를 줄 수 있을 것같다"고 평했다. "대한체육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유·청소년들의 종목 체험 기회를 넓히고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AR스포츠클라이밍 사업을 준비한 이혜지 대한산악연맹 홍보마케팅 담당 주임은 "유·청소년 스포츠 기반 구축을 위한 공모사업 소식을 듣고 올림픽 정식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을 청소년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신청하게 됐다"면서 "CGV라는 문화공간과 스포츠 요소가 결합돼 선수뿐 아니라 청소년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스포츠 클라이밍을 알리고 좀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이후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행사들을 통해 우리 종목이 더 많이 발전되고 청소년 유망주들도 많이 발굴돼서 '제2의 김자인, 서채현'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도 함께 전했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