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에선 1루쪽 타구에 투수들의 베이스 커버가 원활하지 않은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투수의 스타트가 늦었거나 1루수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았던 케이스인데 최근 야구계의 흐름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다. 2루수가 정상 수비 위치 보다 외야쪽에 있으면 원래 2루수가 잡아야 할 타구를 1루수가 처리해야 한다. 그럴 경우 1루수는 어려운 자세에서 공을 잡아야 되고 던진 볼이 1루 방향이 아닌 달려오는 투수쪽이어서 볼이 휘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투수가 타구 방향을 보고 베이스 커버의 필요성을 생각하지 않아 판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래 다른 위치에서 수비하는 야수가 팀 사정상 1루수를 맡는 케이스도 있다. 1루수 이외의 포지션이 더 익숙한 야수의 경우, 2루수에게 맡겨도 되는 타구까지 본능적으로 자기 자리를 떠나 잡으려는 경향이 있다. 수비 범위가 넓어 좋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송구의 정확성을 생각했을 때 2루수가 잡는 게 낫다. 또 투수의 체력적인 소모라는 관점에서도 내야수끼리 아웃을 완성하는 게 좋다.
투수가 베이스 커버를 하는 훈련을 Pitchers Fielding Practice(PFP)라고 부른다. 투수들은 PFP를 통해 베이스 커버의 감각을 키우지만 투수조와 야수조가 같이 하는 PFP는 어느 야구인에게 물어봐도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거의 없다. 현재 10개 구단이 진행중인 스프링캠프가 투수와 야수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PFP를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다.
PFP는 훈련 스케줄 중 오전의 워밍업과 캐치볼이 끝난 뒤 하는 경우가 많다. 외야수가 주자를 맡고 수비수들 간의 사인 플레이를 하기도 한다. 야구 훈련중에 화려하지 않은 연습이지만 많은 인원이 한 곳에 모이는 스프링캠프여서 가능한 훈련이기도 한다. PFP는 서브 그라운드에서 투수조만 할 때도 있지만 야수와 같이 메인구장에서 하는 PFP는 집중도가 다르다. 특히 신인급 선수의 경우 선배 야수와 호흡을 맞추고 조언을 듣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PFP는 바로 실전을 위한 훈련이다. 일본에서도 그런 실전을 중요하게 여겨 많은 훈련을 하는 팀이 있다. 올해부터 신조 쓰요시 신임 감독이 이끌게 된 니혼햄 파이터스다.
니혼햄은 훈련을 시작할 때 야수의 캐치볼도 다르다. 일반적인 2인 1조의 캐치볼이 끝나면 3명이 한 조로 구성돼 외야와 내야의 중계플레이를 생각한 릴레이 형식의 캐치볼을 한다. 또 보통 파울 지역에서 할 경우가 많은 번트연습도 야구장의 타석위치에서 하고 타격훈련은 그 좌-우 두 군데에서 실시하고 있었다. 니혼햄의 전력은 다른 팀보다 약하기 때문에 '실점을 막는 수비' 와 '한 점을 내는 공격'에 대한 의식을 선수들에게 심으려는 뜻이 엿보인다.
KBO 구단들의 스프링캠프는 이제 타 구단과의 연습경기가 시작되면서 팀플레이 훈련 시간이 줄어든다. 이 시기만 할 수 있는 투수와 야수의 실전을 의식한 PFP가 잘 이뤄져 올시즌은 한층 더 멋진 투수의 베이스 커버 플레이를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