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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왜 北이라고 말을 못하니…파격 베드신에 묻힌 주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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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는 이 같은 제목은 옌 렌커의 중국 장편 소설 원작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원작은 중국의 정치현실과 제도를 파격적인 형식으로 풍자해놓으며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극찬을 받았다. 이 같은 원작을 영화화하면서 배경을 북한으로 바꾸는 것은 꽤 패기있고 괜찮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배경을 '북한이 아니라 가상의 국가'라고 설명했다. 포스터나 스틸컷만 봐도 북한이 연상되지만 조그마한 논란도 허용하고 싶지 않다는 제작진의 고민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 조그마한 망설임이 완성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가상의 국가라는 설정은 가상의 국가이기에 어설픈 배경의 고증을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북한을 연상시키지만 70년대라는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사단장(조성하)의 관사라든지 한국군 편제를 따르고 있는 군대, 한직에 밀려나 있는 사단장이 도시의 공장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등 곳곳에 드러나는 오류는 '가상 국가니까'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설정이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울말을 쓰는 북한 군인들에 대한 이질감은 차치하더라도 도대체 북한이 아니라는데 왜 이렇게 북한과 비슷한가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말미에 가서는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까지 모티브로 따오면서도 '이건 북한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있다.

줄거리는 꽤 예상가능하게 진행된다. 사단장 아내 류수련(지안)과 그의 위험한 유혹에 흔들리는 하급병사 신무광(연우진)의 파격 러브스토리가 주축이다. 극은 내내 관객에게 '언제 들킬까' 조마조마하게 만들지만 정작 본인들은 그리 위태롭지 않은 모습이다.

웃음 터지는 첫 관계와 육체적인 사랑에서 정신적인 사랑으로 변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 작품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거창한 구호 밑에 숨겨진 권력이 얼마나 개인적이고 허울뿐인 것인지를 표현하고 있다.

수위 높은 베드신과 곳곳에 관객을 폭소케하는 설정, 끊임없이 등장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대사 그리고 만두 고추 잣 등 가감없이 드러나는 감독의 은유법이 관객들을 미소짓게 한다. 하지만 주제의식이 잘 전달됐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연우진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박수받을 만 하다.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등장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숨막히게 하는 조성하의 연기는 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지안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힘든 베드신을 무리 없이 소화한 것은 박수 받을만 하지만 대사 처리나 감정 연기는 아직 부족함이 엿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