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지친 당신을 달래줄 봄 초대장.'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하는 가운데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하지만 춘래불춘래(春來不春來·봄이 왔건만 봄은 오지 않았다), 코로나19에 지친 우리 일상은 여전히 헛헛하기만 하다.
이처럼 코로나19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전시가 찾아온다. 도시의 외진 골목길, 벌어진 시멘트의 틈을 뚫고 나온 식물, 강인한 생명의 힘으로 자라는 식물에게서 힐링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다.
심희정 작가가 회화 작품 20여점을 통해 '힐링'을 선사하고자 팔 걷고 나섰다.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돈화랩앤갤러리가 힐링장이다. 새해 첫 초대전으로 기획한 전시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도예과를 졸업한 심 작가는 세라믹(도자)을 매체로 사물의 형태, 쓰임 표현에 대한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2010년부터 독일에 거주하며 활동하다가 2017년 귀국, 도자와 회화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실험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심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오고 있는 주제는 '식물'과 '자리'. 작품에 대한 대상을 사물뿐 아니라 식물로 시야를 넓혔고 이는 기후변화와 탈탄소 등 환경에 대한 시선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가 최근 진행하는 'A4이면지 프로젝트(#ReusableA4)'주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정원과 텃밭을 당신의 놀이터처럼 드나들던 엄마의 영향이었을까. 그의 곁엔 늘 식물이 있었다. "식물은 바람, 새, 빗물 등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장소까지 퍼져갑니다. 그 강인한 생명의 힘을 담아내고 싶어요."
식물을 통해 '생명을 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주제를 풀어낸 이번 전시에서 대표작 <숲>과 A4 이면지와 남은 크레용으로 그린 <향유>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향유>는 심 작가가 독일에서 귀국 후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아이가 쓰던 크레용과 A4 이면지를 활용해 작업한 결과물이다. 사용을 다 한 것들을 다시 활용해서 가치 있는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에 의미를 느꼈단다.
작가의 '자리(Zari)' 시리즈는 독일에서 돌아온 후 본격화됐다. 귀국 후 작가로서의 '자리'를 다시 찾는 시간을 통해 '나'와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고 이를 '의자'라는 모티브로 풀어낸 것.
"앉을 자리, 설자리, 일자리, 살 자리, 머문 자리, 또 죽을 자리까지 우리는 늘 자신의 '자리'를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자리'는 어떤 자리이냐보다 누구와 함께 앉아 있는가가 더 중요하죠. 즉 '나'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번 전시는 '자리'와 '식물'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인과 세상에 대해 애잔하고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작가의 토닥임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림 속 식물과 의자에서 자신의 자리를 비춰보고 모두가 저만의 의미를 찾기를 바란다"라며 "팬데믹의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치유와 휴식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돈화랩앤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트앤컴 이연수 대표는 "일상에서 만난 풀 한 포기에서 희망과 생명력을 느끼듯이 우연히 만난 그림 한점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라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문턱 낮은 전시 환경을 조성해 일상 속에서 쉽게 예술작품을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돈화문로 83-1 하나빌딩 2층 돈화랩앤갤러리에서 볼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