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제대로 한 번 붙어볼까.'
'2022년 DB그룹 배드민턴 코리아리그'는 프로 리그 방식을 차용한 실업팀 대항전이다. 팀간 자존심이 걸렸으니 성적도 중요하지만, 출범 초대 대회인 만큼 프로 성격의 '흥행'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대 흥행에 방점을 둔 올해 첫 '빅매치 시리즈'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대회 남자부 같은 조(B조)에 속한 요넥스와 삼성생명이 주인공이다. 두 팀은 다음달 3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만난다.
요넥스에는 '배드민턴 아이돌' 이용대(34)를 비롯해 전혁진(27) 진 용(19)이 간판 선수다. 삼성생명에는 허광희(27) 김원호(23) 강민혁(23) 최평강(19)이 포진해 있다. 이용대와 최평강을 제외한 모두 현역 국가대표다. 각자의 주종목에서 국내 1, 2인자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동갑내기 허광희와 전혁진은 대표팀에서 남자단식의 맏형이고, 진 용과 최평강은 고졸 신인이다. 복식 김원호-강민혁은 국내 1인자 서승재-최솔규(이상 상무)의 후계자로 꼽힌다.
코리아리그는 단체전(3단식+2복식)이기 때문에 이른바 '오더' 전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대팀의 특성, 맞대결 장·단점을 고려해 총 5게임의 출전 순서 '머리싸움'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엔트리 제출'을 배드민턴에서는 '오더'라 칭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서는 '오더' 욕심을 잠시 접어두고, 팬들의 관심을 드높일 수 있는 맞대결 대진을 짜보자는 아이디어가 최근 부상하고 있다. 박용제 요넥스 감독은 "조 3위까지 주어지는 6강 플레이오프를 미리 확정한다면 삼성생명을 이기기 위해 아등바등할 생각은 없다"면서 "팬 서비스를 위한 라이벌 매치에 삼성생명도 동의하면 흔쾌히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남자단식 간판인 허광희와 전혁진, 신인 유망주 진 용과 최평강, 이용대-진 용과 김원호-강민혁을 일부러 붙여보자는 것. 진 용과 최평강은 학생 시절 라이벌이었다. 진 용은 현역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최평강은 부상으로 인해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했다. 최평강은 "학생 시절 진 용에게 패한 적이 많았는데 실업팀에서는 열세를 갚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 용은 이번 대회에서 먼저 데뷔전을 치른 최평강이 승리하자 자극받았는지, 감독에게 1단식 출전을 자청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무엇보다 관심사는 이용대-진 용 복식조의 탄생이다. 이용대는 진 용을 후계자로 키우기 위해 플레잉코치를 겸하고 있다. 환상의 '신-구조합'이 첫선을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다. 박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서로 다른 선수와 조를 꾸렸지만 삼성생명전에서는 이용대-진 용을 내 현역 국대 김원호-강민혁과 붙여볼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생명은 27일 남양주 화도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성남시청을 3대1로 물리치고 2연승, 조 1위로 6강을 확정했다. 요넥스(1승)는 29일 충주시청(1패)과 2차전을 치른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