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설기현 경남FC 감독(43)은 인터뷰 내내 '결과'를 강조했다. 지난 2년, 설 감독은 많은 것을 느꼈다. 시작은 화려했다. 현역 시절, 유럽 무대를 누빈 스타였던 설 감독은 많은 기대 속 경남 지휘봉을 잡았다. 설 감독은 이전까지 보지 못한 독특한 전술 축구를 표방하며,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시행착오는 있었다. 하지만 K리그2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고, 특히 수원F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더 많은 기대 속 지난 시즌을 맞이했다. 설 감독이 원하는 선수들로 선수단을 재편했다. 더욱 원숙해질 '설사커'에 대해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승격은 커녕,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새 시즌을 앞둔 설 감독의 시작은 '반성'이었다. 경남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밀양에서 만난 설 감독은 "준비가 안 됐다. 2020시즌 막판 경기력이 좋았던 것에 취했다. 마지막 경기력이 이 정도였으니, 거기서 이만큼만 더 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접근했다. 이 첫 단추를 잘못 꿰며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공격적인 전술을 강조한 '설사커'에 너무 집중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설 감독은 "나만의 전술적 특징에 집중했다. 내 색깔을 드러내기에 바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었다. 어느 팀을 만나도 공격적으로 하고, 찬스를 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결과를 놓쳤다"고 했다.
설 감독의 2022년 포인트는 '결과'다. 준비 방법부터 달라졌다. 설 감독은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가장 기본이 되는 체력, 수비에 소홀했다. 공격은 틀을 만든 뒤, 시즌 내낸 보완하면 되는데, 수비는 시즌 전에 준비가 안되면 어렵더라. 수비의 바탕은 결국 체력 아닌가. 그간 순서를 바꿔서 하고 있었다"고 했다. 선수단도 변화를 줬다. 설 감독은 "이제 기술이 좋은 선수 보다 수비나 체력, 멘탈이 좋은 선수들에 초점을 맞췄다"며 "밖에서는 기존 스타 선수들이 떠난 후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들어오지 않아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팀이 더 좋아졌음을 느낀다. 선수단에는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달라진 것은 의지다. 설 감독은 "이제 결과를 내야하는 시점이다. 지난 시즌까지 고집을 부렸다면, 이제는 때로는 단순하고, 때로는 직선적인 축구를 할 생각이다. 사실 2년간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다했다. 그러다보니 뭐가 되는지, 안 되는지 확실히 알았다. 잘 정리가 됐다. 올해 또 기회가 왔다. 물론 내 색깔을 완전히 버린 게 아니다. 개선했다. 설기현이 저런 축구를 하기 위해 지금껏 시행착오를 반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더 겸손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설 감독은 "항상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있게 시작해서 힘들게 마무리됐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견디고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도 승격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눈빛이 번쩍였다. 설 감독은 "그 단어가 계속 날 자극시키고, 동기부여시킨다"며 웃었다. 달라질 '설사커', 다시 주목해봐도 되지 않을까.
밀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