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출전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쏙쏙 복귀하고 경륜 팬들도 정상 입장하면서 경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공백기 이후 출전하는 복귀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의 경쟁 양상 속에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이어지자 경륜장은 매 경주 환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경륜은 종합득점이 높은 선수 앞뒤로 도전 선수들이 포진하면서 단순한 전개와 결과로 흥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공백기를 가졌던 다수의 선수들이 유입되자 경기양상은 180도 바뀌었다. 특히 복귀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맞붙는 편성에서는 어김없이 정면승부가 펼쳐지면서 쉽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부산 1경주, 강축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태운은 복귀 선수 4명이 앞 선을 점령한 후 자리를 주지 않자 대열 5번째 자리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권정국의 선행을 재빠르게 추주하는 기지를 발휘했던 이태운은 구동훈까지 2착으로 불러들이면서 우승에 성공했다.
반면 6경주에 참가한 김민배는 특선급 선수들에 버금가는 종합득점 96점대의 강자였지만 복귀 선수 6명을 상대로 아예 자리를 잡지 못하고 대열 맨 뒤로 밀려 선두유도원 퇴피와 동시에 성급히 치고 나가면서 경기를 주도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던 김민배는 장우준에 이어 2착이라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또한 지난 9일 창원 1경주에서도 복귀 선수 6명이 똘똘 뭉쳐 정성오-유주현-이응주 순으로 이변을 합작했고, 광명 3경주에서도 수적 우위에 있었던 복귀 선수들은 임범석의 젖히기 1착, 손주영의 마크 2착을 합작하면서 박석기, 김용남을 완파했다.
이어 벌어진 광명 특선 결승에서는 5명의 기존 선수들에게 외면을 당한 성낙송이 초주 자리 잡기부터 애를 먹더니 이렇다 할 반격 한번 못한 채 김포팀 트리오인 인치환-정재원-엄정일에게 완패하며 밀려나 체면을 구겼다.
14일 광명 1경주에서는 복귀 선수인 장지웅-김무진-정성은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축으로 나섰던 김기동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이어진 4경주에서도 복귀 선수인 이상경-노택훤은 윤우신, 김현에게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기운영의 묘를 살려 이변을 합작했다.
이변은 계속됐다. 16일 창원 우수결승에서는 축으로 나섰던 손재우가 자리를 못 잡는 과정에서 기습적으로 치고 나갔고 이런 손재우를 차봉수가 마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오면서 복귀 선수인 차봉수-강재원-천호성 순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지난주 양 진영은 거의 모든 경주에서 정면승부를 택했고 여기저기에서 이변이 속출했다.
21일 창원 3경주의 송대호는 복귀 선수 5명이 출전하자 일찌감치 앞으로 나간 후 그대로 시속을 올리면서 복귀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광명 10경주에서 종합득점이 가장 높았던 이기주는 복귀 선수들의 심한 견제에 고전하며 진로가 막혀 순위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보였다.
특선급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그랑프리 준우승을 차지한 정정교가 위풍당당 마지막 15경주에 시드배정을 받았지만 복귀 선수인 이현구의 선행 2착, 이으뜸의 추입 1착, 강성욱의 마크 3착에 무너지며 전력질주 위반 실격까지 당했다.
22일 광명 6경주, 수적 열세에 있었던 우성식, 여민호는 팀을 이뤄 기습을 감행했으나 복귀 선수인 이주현에게 젖히기를 당했고, 23일 광명 3경주의 김범중도 성급하게 치고 나갔으나 복귀 선수인 한기봉-김우병에게 연달아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9경주에서 복귀 선수 5명을 상대했던 임경수, 장인석은 대열 앞쪽에 위치하는 불리한 입장이었으나 1,2착을 합작해 만들어냈다.
이처럼 최근 경륜장은 양 진영의 정면대결 속에 경주가 펼쳐지고 있으나 오랜만에 복귀한 선수들의 출전이 거듭되고 시간이 흘러 성적이 쌓이면 기존 선수들의 상위 경기력과 연계되어 더욱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운 경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지 '경륜박사' 박진수 팀장은 "우군이 없는 진영의 강자는 아무리 점수가 높아도 초주 자리 잡기부터 고립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므로 경기를 분석할 때 어느 진영이 수적 우위에 있고 어느 진영에 선행형이 포진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귀띔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