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스트라이크라고요?"
평소보다 높은 공에 주심의 손이 올라간다. 구위가 좋은 투수와 제구가 좋은 투수, 더 유리한 건 어느 쪽일까.
2022시즌 KBO리그는 과거보다 엄격한 스트라이크존 적용을 공언했다. 볼넷으로 경기가 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투수들은 한결 편안한 환경에서 공을 던질수 있다.
최근 5년간 KBO리그의 볼넷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2017년 4520개에 불과했던 리그 총 볼넷은 5년간 증가세를 보인 끝에 2021년에는 5889개가 됐다. 2016년(5373개) 이후 최다다.
지나치게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원인으로 꼽혔다. '잘 치는 것'보다는 '잘 골라내는 것'이 미덕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계 일각에서는 '존이 너무 좁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좋은 선구안으로 골라내는 게 아니라, 그냥 기다리다보면 볼넷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지적하곤 했다.
야구규칙상 스트라이크존은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플레이트 상공'이라고 정의돼있다. 원칙적으로 타자의 키에 따라 다른 존이 적용돼야한다. 하지만 그간 KBO 스트라이크존은 키가 작은 선수에 맞춰졌다. 때문에 한국 투수들은 낮게 던지는데 집중해야했다. 타자의 몸쪽 높은 공은 거의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았기 문이다.
올해부턴 달라진다. 김지찬(1m63)과 이대호(1m94)는 명백하게 다른 존에서 타격을 하게 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공 하나 이상 높아진 존이 형성된다. 심판들은 휴가까지 반납하고 새로운 존 적응을 위해 노력중이다.
그렇다면 넓어진 존은 어떤 스타일의 투수에게 유리할까. 제구력이 좋은 투수는 더 까다로운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 제구보다 구위가 좋은 투수는 볼넷에 대한 부담을 덜고 구위에 집중할 수 있다.
양쪽 모두 장점이 있지만, 투수끼리 비교한다면 구위가 좋은 투수 쪽에 조금더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자타공인 인정받는 구위를 가지고도 삼진(45개)보다 볼넷(49개)이 많을 만큼 제구에 어려움을 겪은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같은 투수에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2021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투수 부문 순위를 살펴보면, MVP 미란다(두산 베어스)를 비롯해 백정현 원태인 뷰캐넌(이상 삼성 라이온즈) 고영표(KT 위즈) 켈리(LG 트윈스) 요키시(키움 히어로즈) 최원준(두산) 등이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 미란다를 제외하면 직구의 구속보다는 다양한 변화구와 무브먼트, 좋은 제구를 갖춘 투수들이다. '기다리는' 타자들의 성향을 공략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기 때문.
하지만 존이 넓어진다면, 제구에 약점을 가진 투수들도 보다 편안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구속이나 구위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타자들의 부담은 늘어난다.
관건은 일관성이다. 과거에도 KBO는 존의 확대를 추진한 바 있지만, 시즌이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판정 시비가 늘면서 부담을 느낀 주심들의 존이 좁아지곤 했다. 새로운 존에 익숙해지고자 휴가까지 반납한 KBO 심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길 바랄 뿐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