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 하자'는 '어다행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2022'에서 제시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와도 맞닿아 있다.
건강과 면역이 최우선인 시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건강 관리를 '짧고 굵게' 하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데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를 위해 엄격하게 식단을 제한하기보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대세가 됐다. 운동 등 다른 건강습관에서도 효과보다 과정에서의 재미를 함께 끌고 가는 방식이 MZ세대의 새로운 건강관리 스타일로 떠올랐다.
▶'간헐적 채식' 늘어…저칼로리 대체감미료도 증가세
건강한 식습관과 다이어트를 위해서 엄격한 식단을 고집하는 것은 이제 대세가 아니다. 식이 제한으로 인한 고통을 감수하기보다는 천천히, 지속적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플렉시테리언(Flexible+Vegetarian)'으로 불리는 '간헐적 채식주의자'가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렉시테리언들은 하루에 한끼, 혹은 주말 등 탄력적으로 채식을 실천한다. 동물성 식재료를 모든 끼니에 제한하는 엄격한 비건에 비해, 현실적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MZ세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4%가 간헐적 채식, 9.0%가 지속적인 채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육류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유연한' 채식주의자들이 시사하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특성상, 앞으로 채식주의자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비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식음료 업계에서도 아직까지 국내 비건 시장 규모가 미미한 만큼, 이같은 플렉시테리언들이 채식 시장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기려는 움직임도 확연하다. 건강한 식단에서 대표적 '제한 아이템'으로 꼽히는 설탕은 사용이 줄었지만, 저칼로리 대체감미료는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설탕 수입량은 2015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5년 19만4932톤에서 2021년 10만3701톤으로 줄어, 감소폭은 46.8%에 달한다. 반면, 2015년 630톤에 그쳤던 대체 감미료 '에리스리톨'의 수입량은 2021년 3046톤으로 늘어 증가폭이 5배에 육박했다. 스테비아나 알룰로스 등도 설탕 대체 감미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MZ세대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보다 많이 유입되면서, 건기식 또한 물 없이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젤리, 주스 등으로 제형이 다양화되고 달콤함까지 챙기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와도 일맥상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효능에 집중하는 기성 세대에 비해 맛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맛을 담은 건강기능식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맛 뿐만 아니라 편의성을 챙기는 2030세대의 특성을 반영해, 편의성을 높인 일회분 포장 제품 또한 대폭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건강관리도 게임처럼"…비교그룹·챌린지 '대세'
SNS와 건강관리 어플은 팬데믹 이후 MZ세대에게 '필수'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소통에 목마른 이들이 SNS를 통해 함께 건강관리에 나설 '동료'를 모으고, 본인의 건강관리 실천 현황을 공유하며 조언을 구한다. 어플을 통한 기록은 함께 목표를 함께 세운 이들에게 실시간 '생중계'된다.
특히 SNS를 통해 서로 경쟁하며 응원하는 이들은 '게임', '챌린지' 형식을 차용해 즐거운 건강관리에 무게를 둔다. 지나치게 엄격한 룰보다는 건강한 루틴이 장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요소를 심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발맞춰 관련업계도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설정 목표를 달성하면 보상을 주는 어플, 전세계 자전거 라이더들과 기록을 비교할 수 있는 어플, 혼자 달릴 때 음성 응원이 지원되는 어플 등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최근 한화생명이 '일상 속 건강 루틴 만들기'를 목표로 마련한 서바이벌 건강관리 챌린지 '라이프게임'은 '챌린저스' 앱을 통해 5주간 진행됐는데, 2만6423명이 참가해 성황리에 종료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한 '라이프게임' 프로젝트는 수면관리, 수분충전, 운동, 멘탈케어, 동기부여 등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습관에 도전하는 총 5라운드의 챌린지로 구성됐다. '특별 상금 1억원+참가비'에 도전한 참가자들은 1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1주 간격으로 매 라운드를 통과시 2000원씩 환급 받았다. 모든 미션을 완수한 최종 우승자 1만4250명(54%)에게는 참가비 전액 환불은 물론, 총 1억8000만원 상당의 상금이 분할 지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게임 형식을 도입해 동기를 부여하는 방식은 즐거운 건강관리를 원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MZ세대의 니즈와 맞물려, 팬데믹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