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조명숙씨(가명)에게는 중학교 2학년짜리 딸이 있다. 최근 들어 자꾸 딸이 무릎이 아프다고 한다. 주물러주고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을 해줘도 별로 효과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유명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갔다.
딸은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무릎 앞쪽이 아픈 것 같았고,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전거를 탈 때 가끔 무릎에서 '뚜두둑'하는 소리가 난다고 했다. 최근 들어서는 조금만 오래 걸어도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단다. 어떤 때는 너무 통증이 심해 절뚝거리거나 걷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고 했다.
병원에서는 분명 엑스레이 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진통소염제를 일주일분 처방받아서 먹었는데 통증이 약간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많이 불편하다고 한다. 결국 MRI를 찍어봤고 그 결과 '슬관절추벽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의사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심한 경우 수술까지 하는 수도 있다고 한다. 수술을 받기에는 딸이 너무 어린 것 같고 마음이 너무 아파 일단 약물치료를 더 해보기로 했다.
어린 여중생의 일상을 빼앗은 '슬관절추벽증후군'이란 대체 뭘까?
우리가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 시기 동안 무릎은 활막이라는 관절 내벽 조직에 의해 대략 3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다가 발생이 진행되면서 활막이 흡수되고 하나의 관절공간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 활막이 불완전하게 또는 부분적으로 흡수가 되어 얇은 막이 남아있는 상태를 '추벽'이라고 한다. 즉, 추벽은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는 얇은 막인데, 성인 무릎의 약 50%에서 보일 정도로 흔하다.
대부분의 추벽은 부드럽고 아무 증상이 없다. 하지만 이 추벽이 반복되는 자극이나 특정 상태로 인해 두꺼워지고 염증이 생기거나 하면 무릎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추벽증후군'이라 부른다.
추벽은 다양한 위치에 존재할 수 있다.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데 주로 무릎 내측 대퇴골 내과 부위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추벽에서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추벽증후군의 주증상은 '뚜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발생하는 통증이다. 무릎을 굽히는 동작을 할 때, 오래 걷거나 뛸 때, 바닥에서 일어나거나 계단을 내려올 때 소리가 나면서 아프면 추벽증후군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많이 아프지는 않지만 관절이 불안정한 느낌이 들 때도 추벽증후군일 수 있다.
낯선 추벽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으면 당황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경미하고 물리치료, 약물치료, 주사치료 등의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비교적 잘 호전된다. 하지만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없어지지 않거나 심해지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다. 최소한의 절개를 하고 관절경을 통해 추벽을 제거해주는 데, 매우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절개 부위가 아주 작고 단순 절제하는 것이어서 회복기간이 길지 않고, 흉터가 많이 남지 않는다.
추벽증후군은 초기에 진단이 어려워 상태가 많이 악화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빨리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하면 간단하게 나을 수 있는 병인데, 방치하면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 원인 모를 무릎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한 번쯤 추벽증후군을 의심해 볼 것을 권한다. 도움말=부산힘찬병원 이희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