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은 신경과 노영 교수가 신경질환 전문 의료 AI(인공지능) 회사 휴런과 공동으로 개발한 타우 영상(양전자단층촬영, PET) 기반 치매영상분석 SW가 지난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판매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첫 타우 PET 기반 치매영상분석 SW를 상용화한 사례다.
타우 단백질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함께 노인성 치매의 가장 주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 물질이다. 그러나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70대 이상의 고령 인구의 일부에서는 알츠하이머병 여부와 상관없이 침착될 수 있고,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양은 치매 증상과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 반면, 타우 단백질은 인지 기능 및 병의 진행 정도, 뇌의 위축 등과 밀접하게 관련이 돼 타우 단백질을 이용한 바이오마커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진단 및 예후 예측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양전자단층촬영(PET)기기로 촬영한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응집체를 인공지능 기법을 이용해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량화, 표준화된 섭취계수율(SUVR)을 계산하고, 타우 단백질의 침착 정도를 판단하는 브락 스테이징(Braak & Braak staging)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노영 교수팀은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에서 2014년 1세대 타우 PET 임상 시험을 시작해 2018년부터는 민감도와 특이도가 보다 향상된 2세대 타우 PET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노영 교수는 휴런과 공동으로 ATN(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신경퇴행) 분류에 입각한 '종합치매진단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불가능했던 정밀한 치매 진단 및 예후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솔루션이 개발되면, 치매 조기진단을 통한 치매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기존 0%에 가까웠던 치매신약개발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영 교수와 휴런은 국내 최초로 미국 FDA 및 유럽 CE 허가를 동시에 받은 베타아밀로이드 기반 치매영상분석 SW인 'pAb'를 공동 개발한 바 있다. 이번 'pT' 허가를 통해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두 가지 병리 물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치매 진단 및 병기구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 도구(tool)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8일 미국 FDA가 2003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을 치매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하며, 마지막 승인 조건인 '임상 4상'의 성패 여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같은 치매 치료제에 적합한 치료 적응증이 되는 환자의 정확한 선정 및 치료 효과 판정에 휴런의 pAb 및 pT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기술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휴런의 신동훈 대표는 "치매 치료제 시장은 '신약개발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성공률이 낮은데, 이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이오마커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휴런의 제품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정확하게 확인 가능한 바이오마커로 활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휴런은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신동훈 교수가 2017년 설립한 뇌신경질환 전문 의료AI(인공지능) 회사이다. 현재 치매, 파킨슨병, 뇌졸중 등 뇌신경질환 대상 3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파킨슨병 진단/분석 보조 인공지능(AI) SW를 통해 유럽 CE 인증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허가(2, 3등급)를 받았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