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세계적인 거장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이 최근 만연하는 아시아 혐오 범죄에 대해 언급하며 "영화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7일(현지시각) 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의 채프먼 대학의 도지 칼리지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아시안을 향한 혐오와 폭력 등의 문제를 다룰 때 감독 등 창작자들은 더욱 대담해 져야 한다"고 말하며 최근 미국 내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아시아 혐오 범죄에 대해 언급했다.
봉 감독은 "미국이 아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인 나는 아웃사이더의 입장이지만,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아시아계를 향한 미국인들의 증오범죄와 BLM(Blcak Lives Matter,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바라보는 건 상당히 두려운 일이다. 지금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화 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신속하게 영화에 다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창작자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더욱 대담해야 하며 그런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 두려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1989년작인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를 언급, "최근 영화 '똑바로 살아라'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똑바로 살아라'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다룬 명화로 브루클린 흑인들과 이탈리아인들 충돌하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봉 감독은 "이 작품은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사회 문제와 맞서기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보여주는 예시가 되는 작품"이라면서 "꼭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통창력을 이용해 나중에 폭발할 수 있는 사회 표면 아래 들끓고 있는 문제에 대해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기생충'이 자신에게 있어 그런 접근 방법을 취했던 작품"이라면서 "'기생충'은 우리 사회의 빈부를 이야기 한다.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가난하거나 부유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창작자와 예쑬가로서 자신이 살아가는 날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본질과 중심적인 질문들을 꿰뚫어 보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해야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21세의 백인 남성이 한국계 4명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 6명과 백인 2명을 총으로 살해한, 일명 '애틀란타 사건'을 포함해 최근 미국 내에서 아시안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STOPASIANHATE'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아시안을 향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산드라 오, 대니얼 대 김, 스티븐 연, 존 조, 켄 정, 시무 리우, 라나 콘도어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스타들도 아시안 혐오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