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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미디어데이] '우승컵' 향한 6룡들의 팽팽한 기 싸움,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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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잔잔한 수면 아래로 치열한 기싸움과 신경전이 오갔다.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정규리그 상위 6개팀의 감독과 대표선수들이 저마다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와 우승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8일 오전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유홀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주 KCC를 필두로 6위까지 성적 순으로 울산 현대모비스, 안양 KGC인삼공사, 고양 오리온, 인천 전자랜드, 부산 KT의 감독과 대표선수가 참석해 최종 우승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신경전은 없었지지만, 목표는 확실. 감독들의 출사표

6개 구단 감독들의 목표의식을 뚜렷했다. 역시 '우승'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감독간의 치열한 신경전이나 기 싸움은 없었다는 것. 모두 차분하게 시즌 소회를 밝히며 플레이오프 각오를 내놨다.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노리는 KCC 전창진 감독은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서기 때문에 긴장이 되면서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랜드와 오리온의 승자와 4강 플레이오프를 하는데, 두 팀이 5차전까지 해서 '좋은' 경기력으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농담 섞은 진심을 밝혔다. 5차전까지 에너지를 소비한 팀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욕심이 난다"고 했다. 그는 "시즌 전에는 새로 합류한 선수들을 잘 적응시키고, 어린 선수들 발전시키는 게 목표였는데, 하다보니 2위가 됐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난다. KGC든 KT든 올라오기만 하면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KGC 김승기 감독의 출사표는 '순한 맛'이었다. 그는 "이번 시즌은 빙 돌아온 느낌이다. 많이 돌아왔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3위까지 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이 돌아온 만큼 우승을 욕심내 보겠다"고 말했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오리온 강을준 감독은 또 화제성 발언을 했다. 그는 "선수들이 힘든과정 이겨내줘서 고맙다. (옆에 있는)캡틴 허일영도 제 역할 해줬다. 선수들 믿고, 선수들과 머리 맡대고 연구해서 멋있게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사실 정규리그 때 전주를 3번 가봤는데, 정작 먹고 싶은 음식 못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주 비빔밥을 먹으러 꼭 가겠다"고 했다. 6강 PO를 뛰어넘고, 4강에서 KCC와 대결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의 출사표는 평범했지만 비장했다. 바로 이번 플레이오프가 '전자랜드' 팀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5위로 올라왔는데, 더 높은 곳을 향한 내 욕심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후 안 좋은 과정이 있었는데, 이를 복기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힘겹게 6위로 PO에 오른 KT 서동철 감독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더 높은 순위를 하고 싶었지만, 턱걸이로 플레이오프에 참가하게 됐다. 하지만 6위는 숫자에 불과하다. 6강에 이어 4강에서도 좋은 결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성 넘친 선수들의 6자 출사표

감독들의 출사표에 이어 대표 선수들의 각오가 이어졌다. KBL은 행사의 흥미를 위해 미리 선수들에게 각오를 간결하게 6글자로 요약해달라는 주문을 했다.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맞춘 '6자 출사표'였다.

가장 먼저 팀의 정규리그 우승에 큰 기여를 하며 역대 고졸 출신으로는 최초로 정규리그 MVP에 오른 KCC 송교창이 스타트했다. 송교창은 '통합우승원해'라는 직관적이고 솔직한 출사표를 내놨다. 그는 "정규리그 우승이 50%이고, 나머지 50%는 플레이오프 우승으로 채워진다. 꼭 통합우승을 하겠다"고 말했다. KCC의 창단 첫 통합우승 도전이다.

이어 현대모비스 장재석은 '자동차바꾸자'라며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했다. 그는 "자동차를 바꿔야 할 때가 됐다. 보통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도전한다. 배운다' 그런 말을 하는데, 나는 다르다. 절대적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다. 차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맥락이 있는 발언이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 때 유재학 감독이 '우승하면 구단 계열사 차량이 큰 폭으로 할인된다'고 했던 발언의 연계선상에 있다.

KGC의 핵심 가드 이재도의 6자 출사표는 '세번째별따러'. "우리의 세 번째 우승을 위해 거침없이 간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오리온 허일영은 강을준 감독이 자주 쓰는 '영웅론'에서 힌트를 얻어 '영웅은다같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영웅을 좋아하시는데, 한 명의 영웅보다 모두 다 영웅이 되자는 의미로 말했다"고 했다. 강 감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

이런 오리온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하는 전자랜드 김낙현의 6자 출사표는 이날 가장 도발적이었다. 김낙현의 출사표는 '이빨빠진고양'이었다. 오리온의 연고지와 팀의 상황을 절묘하게 섞은 말이다. 김낙현은 "이승현의 부상 이탈이 오리온에게 큰 타격일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준비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주자 KT 허 훈의 6자 출사표는 그의 플레이만큼이나 개성이 통통 튀었다. 그는 모기업의 주력 사업에서 힌트를 얻어 '오지(5G)게달리자'라는 출사표를 발표했다. 그는 "KT의 5G 통신망에서 본땄다. 우리가 오지게 달려서 우승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청담=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