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팬들이 소화제를 원하신다면 언제든 원더골을 넣겠다."
서울 이랜드의 원더골 메이커 고재현(22)이 활짝 웃었다.
고재현은 4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1' 5라운드 홈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을 성공하며 팀의 4대0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뒤 한국프로축구연맹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소화제가 필요 없는 골'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팬들의 칭찬에 고재현은 "선수들이 내게 '슈팅이 장점'이라고 얘기해줬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골키퍼 코치님께서 내게 '슈팅이 좋다. 경기 중에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팬들의 (칭찬) 다 봤다. 팬들이 소화제를 원하신다면 언제든 원더골을 넣겠다"며 미소 지었다.
대륜중과 대륜고를 거쳐 2018년 대구FC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다. 번뜩이는 움직임, 빠른 발 등을 앞세워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그는 대구에서 단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새 도전에 나섰다. 고재현은 지난해 여름 이랜드에 임대 이적했다. 'U-20 월드컵 스승' 정정용 감독이 내민 손을 잡았다. 고재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벤치와 선발을 오가며 차근차근 프로에 적응했다. 그는 지난해 후반기 이랜드 소속으로 리그 19경기를 뛰었다. 고재현은 올 시즌 한 번 더 이랜드의 유니폼을 입고 뛴다. 기대가 컸다.
고재현은 "잔부상이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언제든 투입된다면 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할 때 주변에서 진심으로 많이 걱정을 해줬다. 김선민 형이 '괜찮다. 잘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 그 얘기를 들으니 내가 왜 여기 임대를 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더 발전하러 온 것이기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첫 발을 성공적으로 뗐다. 그는 올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환호했다. 끝이 아니다. 5라운드 MVP에 올랐다. 그는 "MVP를 처음 받아 더 의미가 있다. 기분이 정말 좋다. 올해 리그 첫 선발로 들어가서 긴장도 많이 됐다. 하지만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이 항상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모두가 내게 '잘 준비하고 있다. 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좋은 말을 해줬다. 이 응원 덕분에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마음 편히 경기장에서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다들 MVP 받은 것 축한다고 해줬다. 눈치껏 타이밍 봐서 커피든 밥이든 선물하겠다"며 웃었다.
고재현은 올 시즌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주 포지션인 중앙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윙백으로도 나서고 있다. 고재현은 "사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 전술에 맞게 수행해야 한다. 주로 사용하는 발이 왼쪽이 아닌데 왼쪽에서 뛸 때가 있어 어렵다. 하지만 어떤 전술에 따라 어떤 자리에서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많이 영상을 보면서 연구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재현은 10일 열리는 충남아산전에서의 활약을 약속했다. 그는 "올해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승격이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라고 생각하며 준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통해 승격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